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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여라
(마태5, 21-26)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고 ‘바보’, ‘멍청이’라고 부를 때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화가 나서 그가 밉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가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감정이 격앙되면서 화를 내게 된다. 화가 나면 평정을 잃는다. 목소리를 높여 악을 쓰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더욱 폭력적인 형태로는 적대감과 증오심으로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중상과 비난을 통하여 무차별적으로 화를 표출한다. 중상과 비난은 다툼을 일으키고, 다툼은 싸움을 낳는다. 싸움은 적을 만들고 서로의 적대감은 결국 살인을 초래하는 것이다.
또한 화는 짜증, 부정적 반응, 원한, 그리고 우울증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동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자주 짜증을 내는 경우, 대부분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생활이 불만족스럽다는 표시라고 보면 된다. 부정적인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수면 밑에서 끓어오르는 적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부정적인 농담, 빈정거림, 비난, 냉소적인 태도 등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다. 부정적 반응은 인간관계를 깨뜨리거나 서로에게 적대감을 갖게 만든다. 이처럼 화는 우리를 죄로 이끌고 우울증에 빠지게도 한다. 화는 위험하고 많은 해를 불러 오기에 가급적 화를 내지 않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런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그 방법을 말씀하고 계신다. 예수님의 해답은 바로 용서와 화해이다. 내가 화를 냈기 때문에 그 형제는 적대심을 가지고 보복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먼저 용서를 구하고, 거침없이 화해를 해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논쟁과 싸움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만일 죄가 되는 행동이나 적개심을 품은 화를 내버려 두어 뿌리를 내리게 한다면 인간관계를 망치기 쉽다. 그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교묘하게 자신을 괴롭힌다. 사람을 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침묵으로 대응’하고, 일부러 책임을 회피하고, 거침없이 부정적 농담을 하며, 빈정대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 도리어 “무슨 일인데? 내가 뭘 잘못했지? 내가 잘못 한 게 맞나?”하고 말하며, 주변 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 모두 문제를 풀 수 없게 된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 공동체에서는 매일 저녁기도 시간에 ‘제단 앞’에서 가족 간에 용서와 화해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나의 잘못된 생각과 말과 행실로 마음 상한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진심으로 화해를 청하는 시간이다.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화해를 요청하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지금까지 마을 생활을 하면서 감정이 상하여 가족들에게 화를 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 마다 화를 마음속으로 삭이고 억누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지난 나의 행위를 반성해본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공동체 생활을 통하여 나름대로 화를 다스리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나는 화를 내는 것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나름 수행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도 안에서 풀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 속 분노의 큰 뿌리가 약화된 측면도 적잖이 있는 것 같다. 예수님은 우리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고 계시고, 이를 주시고자 하므로 우리는 정의롭게 그리고 사랑으로 모든 상황에 응답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1코린13,5)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2013년 4월 25일(목) 김정하 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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