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5월 29일) 제1독서: 창세 14,18-20 제2독서: 1코린 11,23-26 복 음: 루카 9, 11ㄴ-17 +평화를 빕니다! 오늘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참사랑’을 새기는 날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성목요일)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오늘날 미사를 통해 그 행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미사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 안에 현존하신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주시며 필요한 이들에게는 병을 고쳐주시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먹을 것이 필요했던 제자들은 이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주변 마을이나 촌락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시기 위해서는 넓은 곳이 필요했기에 주변에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13). 그러나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올 수 없었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시고 장정만도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면 두세 명이 배부르게 먹을까 말까한 작은 양입니다. 하지만 그 것으로 오천 명이 넘는 다시 말해보면, 장정만 오천 명인 곧 그 당시 숫자를 세지 않았던 여인들과 아이들, 힘없고 약한 노인들까지 합하면 2-3배는 더 많은 인원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배부르게 먹일 수 있었을 까요? 오늘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가지고 있었지만, 요한복음(6,1-14)에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한 아이에게서 얻었습니다. 하지만 오천 명을 먹인 것은 네 복음서가 모두 똑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엄청난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저는 오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를 읽을 때 마다 예수님의 능력에 감탄을 합니다.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말입니다. 옛 속담에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그 속담을 실현하신 예수님의 모습이라고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과 물고기에 감사기도를 드리실 때 군중이 보는 앞에서 행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군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 결국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백 배 천 배의 양으로 불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까닭은 그 당시 사람들이 어느 한 군데에 정착해서 살지 않았기에 항상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가르침을 선포하시는 그 때에도 멀리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기 위해,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걸어왔겠지요. 그렇다면 그들 각자에게는 먹을 것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날이 저물어 먹을 것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이 먹어야 하는 것이기에 감춰두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군중은 제자들이, 어쩌면 한 아이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께 드리는 것을 보았고,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시고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나눔’을 느낀 것입니다. 단지 나만이 먹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들에게 기꺼이 내 것을 내어주는 것. 바로 그것이 ‘사랑의 나눔’이었고, 오천 명이, 아니 몇 만 명이 배불리 먹고 나서도 남은 조각들이 열두 광주리를 가득 채우는 기적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서로 돕고 나누라고 이렇게 가르치고 계셨던 것입니다. 실제로 성경에서도 자신의 저장창고가 작아서 더욱 크게 짓고 주변 사람들에겐 관심도 없던 부자가 바로 그날에 주님께서 목숨을 걷어가시지 않았습니까?(루카 12,13-21 참조) 결국 우리는 자신을 위해 재화를 모으는 삶이 아닌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이에게 기꺼이 내어주고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 사랑의 마음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배려하면 충분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작은 선행’이고 ‘실천’입니다. 공동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필요한 행동입니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나누고 또 채워가는 삶. 그 삶을 통해 공동체는 백 배, 천 배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신부님의 말씀도 기억해봅니다. 성사의 생활화와, 생활의 성사화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과 은총을 느끼고 신앙심을 고취시키며, 공동체의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몸과 피를 마련해 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