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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시간의 향기(한병철 저)에서 발췌 인용
작성자 : 산위마을 조회 : 410           2017-12-13 17:13:02

- <시간의 향기>(한병철 저)에서 인용 발췌한 것입니다.

 

목적론의 부재로 인해 후근대(포스트모던)의 시대에는 완전히 다른 운동 형식과 걸음걸이가 나타난다. 전부를 포괄하는 지평, 모든 것을 지배하는 목적, 모두가 그리로 행진해야만 하는 목표지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지그문트 바우만은 산책과 유랑을 후근대의 특징적 걸음걸이로 부각시킨다. 그러니까 근대적 순례자의 후예는 산책자와 방랑자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사회에서는 산책의 유유함도, 떠도는 듯한 방랑자의 경쾌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조급함, 부산스러움, 불안, 신경과민, 막연한 두려움 등이 오늘의 삶을 규정한다. 사람들은 유유자적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저 사건으로, 이 정보에서 저 정보로, 이 이미지에서 저 이미지로 황급히 이동한다.

이렇게 조급하고 안절부절못하는 태도는 산책자나 방랑자의 특징이 아니다. 의심스럽게도, 바우만은 산책과 재핑(zapping 리모콘으로 여러채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을 거의 동일시 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후근대의 자유로움과 무책임성을 표현해 준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자유는 화면의 연출 아래 놓이며, 표면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체험되니, 그이름은 재핑이다.” 이 대목의 바탕에 놓인 자유 개념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자유롭다는 것은 단순히 구속되어 있지 않거나 의무에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유를 주는 것은 해방이나 이탈이 아니라 편입과 소속이다. 그 무엇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는 공포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롭다frei, 평화Friede, 친구Freund와 같은 표현의 인도게르만어의 어원인 ‘fri' 사랑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유롭다는 것은 본래 친구나 연인에게 속해 있는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과 우정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묶여 있지 않음으로가 아니라 묶여 있음으로써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가장 전형적인 관계적 어휘다. 받침대 없이는 자유도 없다.

오늘의 삶은 받침대가 없는 까닭에 쉽게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시간의 분산은 삶의 균형을 깨뜨린다. 삶은 어지럽게 날아다닌다(난비). 개인의 살림살이에서 짐을 덜어줄 안정적인 사회적 리듬과 박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시간을 독립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이 점점 더 다양화되는 경향이 개개인을 과도한 부담으로 짓누르고 과민 상태로 몰아간다. 따라야 할 시간 규정이 사라진 결과, 자유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 상실 상태가 초래된다.

이러한 후근대의 탈서사화 과정은 오직 삶의 과정과 생산과정의 가속화가 강화된 탓이 아니라 사실은 시간적 중력(시간에 머무르며 깊이 사색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삶 즉, 서사적 삶)의 부재가 삶에서 균형을 빼앗고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삶이 완전히 리듬을 상실할 때 시간적 감각의 교란이 일어난다. 이런 탈서사화의 증상 가운데 하나는 삶이 가속화 된다는 막연한 느낌이다. 사실 아무것도 빨라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마구 쫓기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감정일 뿐이다.

쫓긴다는 느낌이 놓쳐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생겨난다는 것도 잘못된 가정이다. “뭔가를 놓쳐버릴 수 있다는 불안과 그런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의 속도를 더 높여보고자 하는 소망은 근대에 발달해온 문화 프로그램의 결과이다. 이 문화 프로그램의 핵심은 세계의 가능성들을 더 빠르게 맛봄으로써, 다시 말해 체험속도의 증대를 통해 각자의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들고 풍부한 체험으로 채워가는 것, 바로 그렇게 해서 좋은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속에 가속화가 약속하는 문화적 희망이 담겨 있다. 그 결과 주체들은 더욱더 빨리 살려고 하게된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더 빨리 살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결국 죽기도 더 빨리 죽고 만다.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들의 수가 아니라 지속성의 경험이다. 사건들이 빠르게 연달아 일어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것은 싹트지 못한다. 충족과 의미는 양적인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긴 것과 느린 것이 없이 빠르게 산삶, 짧고 즉흥적이고 오래가지 않는 체험들로 이루어진 삶은 체험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한들 그 자체 짧은 삶일 뿐이다.

끊임없이 새로 출발해야 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옵션, 새로운 버전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삶이 빨라졌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지속성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느낌일 뿐이다. 연속적으로 진행되고 서사적 논리에 의해 규정되는 어떤 과정이 가속화 된다면, 그것은 좀처럼 가속화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가속화는 대체로 과정이 가지는 서사적 중요성에 흡수되므로, 사람들은 이를 별다른 장애나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가는 인상 또한 오늘날 사람들이 머무를 줄 모르게 되었다는 것, 지속성의 경험이 대단히 희귀한 것이 되어 버렸다는 사정에서 비롯된다.

미래의 걸음걸이는 어떤 모습일까? 순례의 시대나 행진의 시대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인간은 짧은 난비(亂飛)의 단계를 넘기고 다시 걷는 자로서 땅위로 돌아올 것인가? 또는 땅의 무거움, 노동의 무거움을 아예 벗어던지고 가벼운 유영을, 유영하는 듯 느긋한 방랑을, 그러니까 부유하는 시간의 향기를 발견할 것인가?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1-32)

-20156월 최선아 스콜라스티카

   홍성익
너무 어려운 단어와 개념들이 난비(亂飛)해서 놀랐는데
옆에서 스콜라 자매님께서 제가 쓴거 아니에요 "발췌에요~ 발췌~ 제목보세요"라고
하시네요^0^
목적성이 없어서 더 빠르게 움직여하는
남들이 다 뛰어서 나도 뛰다가 옆에 사람에게 "근데 왜 뛰시는거에요?" 물으면
"나도 남들이 뛰어서 뛰어요" 하는 시대.

그러나 발췌글만 보았을 때는 구체적인 대안은 없고
우리가 자유를 얻는 것은 '편입과 소속'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랑과 우정 안에서
느끼는 자유이다. 라고만 제시하기에 좀 공허하네요ㅎㅎ

역시 삶으로 증거할 수 밖에 없겠지요? 저도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가서
시간의 향기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맨날 말로만 살아서 자유롭지 않은가봐요^^
12-14 21:31
   이상덕
현대사회의 혼돈(난비?)을 지적한 것 같은데
홍성익 님의 말씀처럼 충분한 대안이 부족해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의문으로 굳이 남기려는 건 각자의 몫이어서 일까요?
12-15 16:37
   산위마을
대안은 각자의몫입니다..좋은몫을 택하시길...저는 맨아래 성경구절에서 답을 찿으려고 합니다..^^**^^기쁜대림.성탄 되시길 기도합니다 - 스콜라스티카- 12-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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