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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돌과 가시덤불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이다(마태 13,1~23).” 농부가 파종하는 이유는 곡식을 얻고자 함입니다. 원하는 대로 잘 자라난 것도 있고 비실비실한 것도 있고 아주 말라버린 모종도 있겠지요.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은 농부가 뿌린 씨앗처럼 우리에게서 잘 자라나게 해야 한다는 비유를 드셨습니다. 비유란 경험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는 현상을 원리로 삼아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기 위한 설명 방식입니다. 예수님은 많은 경우 비유로 말씀하셨는데 심오한 내용이나 비결을 담은 비유도 있고 단순한 비유도 있습니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매우 단순한 비유이어서 심각하게 묵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청중의 태도 변화 수준을 파종과 수확의 농사에 비유했을 뿐입니다. 학자들이야 많은 주석을 할 수 있겠지만 너무 심오한 뜻을 찾게 된다면 ‘돌밭인 줄 뻔히 알면서 거기다가 씨를 뿌리는 건 뭔데?’ 하고 농부의 책임을 생각하게 되니까 말씀의 하느님을 문책하는 결론이 나오고 말겁니다. 하느님을 비판할 배짱은 없겠지요? 그냥 ‘예수님이 무엇을 가르치려고 그럴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말씀하시고 당신이 해설하신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씨 뿌리는 비유는 친절히 뜻까지 설명하시는데 예수님 말씀의 뜻은 너무 명백하지 않습니까?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은 하느님의 의(뜻)을 담아 청중에게 강생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성경이나 강론이나 또는 현자들의 가르침과 스승의 지식을 통해서, 자연과 관계와 양심과 역사와 경험을 통해서 나를 찾아옵니다. 내가 의식을 가지고 접하는 모든 사물은 나에게 접속되는 순간 어떤 언어로 속삭이게 되고 나는 그것을 듣게 됩니다. 그 초월적 세계가 나에게 오는 목적은 나와 그 세계를 일치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나와 일치되고 누군가의 기쁨과 아픔이 나와 일치되는 것입니다. 요즘 IT용어로는 ‘동기화(動機化)’와 같은 개념이지요. 그 일치성을 나의 처지에서는 ‘변화’라고 말합니다. 알아듣는 것이 ‘강생’이라면 변화는 ‘육화’라고 합니다. 동기화는 어느 한쪽의 데이터로 통일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로 동기화됨이 곧 ‘내 태도의 변화’ 현상입니다. 내 뜻대로 주도되어야 한다면 ‘하느님의 변화’가 되어야겠지요. 뿌려진 씨의 종착점은 곡식이고 전해온 말씀의 종착점은 나의 변화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내게로 와서 나를 변화시키고, 나의 헌신이 이웃과 세상에로 가서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기도생활을 하면서 성덕에로 나가고자 애쓰고 ‘존재일체(共同體)’로 나가고자 수행하면서 공동생활에 힘쓰고 있는데 왜 나는 변화되고 성장되지 못할까? 예수님은 “뿌려진 씨앗도 보면 그러하더라. 흙이 씨앗을 받아 안아 감싸주면 많은 열매를 맺게 되어 있는데, 흙 따로 씨앗 따로 라면 어렵겠다. 자연의 원리가 그렇지 않던가? 결국 씨앗 문제가 아니라 밭의 수용력 문제 아니겠냐? ‘콩밭 매는 아낙네야~’ 노래가 괜히 나왔겠냐?” 말씀하시는 것이 씨앗의 비유입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농부는 파종하기 전에 풀을 걷어내고 밭을 고르고 퇴비를 뿌리고 고랑과 이랑을 만듭니다. 내 마음의 밭도 그렇게 노동을 들여서 거름지게 하는 것에 희망이 있습니다. 돌을 골라내고 가시덤불을 치우고 잡초를 열심히 매는 것에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깨다. 단단한 것을 깨다!’입니다. 내 관념의 돌을 깨버리면 깨달음이 옵니다. 세상적 안락과 회유와 탐욕으로 우거진 가시덤불과 망상의 잡동사니들을 걷어내 태워버리면 씨앗 줄기는 무성해져서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2014. 7. 14.) * 가족들은 감자 캐느라고 땀 흘리는데 나는 컴퓨터 앞에서 뭐하고 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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