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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야기의 결말을 안다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요한 16,20~23) 소설이나 희곡 영화 만화 드라마 모든 작품을 대하는 독자는 그 결말을 궁금해 하면서 읽고 봅니다. 더구나 신문의 연재소설이나 연속극은 하루 만에 다 읽을 수도 볼 수도 없어서 더욱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지나 어떻게 끝낼 것인지 기승전결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인생으로 비유하면 이는 운명론의 관점입니다. 신께서 인간의 삶을 그런 작품처럼 미리 프로그램 해 놓듯이 설정해 버렸다면 생은 변화의 여지가 없고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작품도 원전(原典)이 있어서 스토리가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연재되는 소설, 웹툰, 방송 드라마들이 시청자 참여로 스토리가 달라지기도 한다고 해요.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의 선악 행태에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면서 참여주의 양방향 소통시대라서 간섭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나의 생애도 내 인생의 작가이신 하느님 손가락으로 써내려 가는 스토리이어서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생도 양방향 소통 시대의 드라마와 같이 하느님과 나는 완전한 소통관계라는 것입니다. 아버지 마음은 완고하시기도 하고 어머니 품처럼 자비롭기도 합니다. 자녀는 종종 아버지를 벗어나려고도 하지만 벗어날 길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하느님도 나도 삶도 인생도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살아계신 분의 손가락으로 써내려가는 내 삶이라면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인명재천(人命在天)이고, 그 뜻도 모르고 진행되고 있으니 새옹지마(塞翁之馬)라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아버지시기에 자녀의 청원과 갈망과 그리고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두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의 청원 가운데 필요한 것이라면 언제나 주십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는 그 분만이 아신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에 주어진 기후와 풍토 환경, 그 안의 삶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운전하는 대로 가는 것도 많습니다. 또 시간이란 직후의 일도 비밀의 문에 갇혀 있지만 경험적 지혜와 선생(先生) 선각(先覺)들이 넘어 본 경계를 배울 볼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스토리의 종국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배우들도 시나리오를 보고 미리 알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생의 종국을 알지 못하지만 아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죽는다는 것, 내 육신은 한 주먹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내 영은 아버지의 품으로 귀의한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진리입니다. 불교의 가르침대로 색즉시공(色卽是空)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니 모든 소유도 욕망도 부질없는 것임을 압니다. 내 생의 종국을 이미 아는 것으로 인해서 지금 추구하는 것을 지혜롭게 선별합니다. 어차피 머지 않아 없어질 대상이라면 죽을 힘을 다해 얻고자 안달하지 않으며 영원한 것을 더 숭고하게 여깁니다. 그러면 현재의 시간이란 늘 만족함이 됩니다. 그래서 모든 종교들은 입문자들에게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깨우치라 가르치지요. 그것을 알면 하늘과 땅,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모두 존재일체, 한 마음 한 정신 한 몸으로 여겨지는 공감이 있습니다. “그날에는 너희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2016. 5. 6) * 무사의 검술은 백 명의 적을 죽이는데 용감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한 명의 생명을 살리는데 고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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