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여기가 바로 하느님 나라
마태 6,24-34
†찬미예수님! 예전에 어디에선가 이런 글귀를 본적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내가 기쁘면 흐린 날도, 비오는 날도 좋은 날씨 이지만, 내가 슬프거나 안 좋으면 맑은 날씨도 나쁜 날씨가 된다.’ 이번에 나눌 복음은 마태오복음 6장 24절부터 34절까지의 본문입니다. 5장부터 이어지는 산상설교의 가르침 속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것은 하느님 나라와 이 세상에서 중히 여기는 가치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특히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새들과 들에 핀 나리꽃들, 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친히 보살피십니다. 이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하느님께서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 세상에 재물을 섬기기보다는 하느님을 찾고, 그분께 청을 하라십니다. 그렇게 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시고, 마실 것을 주시고, 입을 것을 주십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입니다. 본문에도 이러한 구절이 나옵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거시다”(마태 6,33).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그것은 이러한 것들은 천상에서만, 우리가 죽은 다음에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 세상에 살면서 어떻게 천상의 것들만 바라보며 살 수 있는가?” 학교에서 신학을 배우면서 강의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 도래했다. 하지만 완성은 되지 않았다.” 이 신학적 명제는 우리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 수많은 불의와 불평등한 모습들을 봅니다. 그 이유는 아직 하느님나라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중요한 사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하느님 나라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어서 가게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하느님 나라는 이 순간의 연속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모습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불의나 불평등이 없는, 항상 하느님의 의로움으로 운영되는, 하느님께서 친히 다스리는 나라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지금 시선을 한 번 돌려봅시다. 다르게 한번 바라봅시다. 영적인 눈으로 한번 바라봅시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을 주위에 보이는 푸르른 자연,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나날이 자라나는 감자, 콩, 옥수수 등 수많은 작물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형제, 자매들, 날마다 미사가 봉헌되는 경당에서, 우리 안에 오는 성체를 통해 이 세상에서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이 세상이 이미 온 하느님 나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돌리기보다는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살다보면, 마음가짐을 달리하면 이 세상은 하느님 나라가 아니라 지옥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반드시 삶 안에서 타인이 존재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듯 해도 곁에 절대 타자이신 하느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라틴어로 ‘함께’라는 단어가 ‘CUM’입니다. 개개인은 다른 사람과,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의 완전한 도래를 꿈꾸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나쁜 날씨란 없습니다. 다만 우리 마음에 따라서, 시선에 따라서 날씨가 나쁘게 보일 뿐입니다. 하느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적인 눈을 뜨고 본다면 이 세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보여주는 성사입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청원기도로 기도를 바칩니다. “지상에서 천국처럼 늘 기쁨으로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의 성사가 되게 하소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영적인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발견한다면, 이 세상이 하느님 나라임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재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먹을 것을 주시고, 마실 것을 주시며, 입힐 것을 주시는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선을 함께 바꿔봅시다. 우리 주위에 있는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도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