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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 순례 둘째 날(5월 10일) - 고토(五島) 도오자키(堂崎) 천주당 및 키리시탄(キリシタン)자료관 아침 일찍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예보를 들어 알았지만, 순례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적잖이 걱정 된다. 오늘은 『침묵』에 나오는 섬이기도 한 고토에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 간다. 아침 식사 후 호텔 버스로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건물위의 황금색 종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나가사키의 노래』에 나오는 ‘나가사키의 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날씨가 좋지 않아 출발 예정 시각인 9시 30분을 훌쩍 넘겨 비행기가 떴다. 빗줄기를 뚫고 하늘 높이 날아 올라 구름 위에 앉자 내려다 보이는 운해가 장관이다. 고토 위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내려가지는 않고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다. 승무원이 현지 사정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할 수 있다고 안내 방송을 한다. 하느님께서 길을 허락지 않으시나 보다. 다시 나가사키 공항으로 왔다. 요금을 환불받고 나자, 가이드가 배 편으로 고토에 갈 것이라고 설명 한다. 페리호를 타기위해 나가사키 항으로 갔다. 인근 쇼핑몰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했다. 비행기로 30분이면 갈 것을 3시간 30분이나 걸려 고토의 후쿠에(福江) 항에 드디어 도착했다. 내릴때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토시 공무원들로 작은 현수막까지 들고 나와 열렬히(?) 환영한다. 버스 안에서 그 중 한 사람이 또 열심히 서툰 우리말로 고토 키리시탄과 교회의 역사에 대하여 설명해 준다. 상냥하고 친절한 안내에 감사 드린다. 빗길을 달려 해안가의 조그맣고 예쁜 도오자키 성당에 도착했다. 고토 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로 빨간 벽돌의 전형적인 고딕 양식이다. 또한 오랜 기간 극심한 탄압을 견뎌낸 고토 키리시탄 수난과 승리의 상징이며, 외국 선교사들의 사랑과 열정, 섬의 복지사업과 수도원의 창립, 도민과 서양문화 교류의 역사를 말해주는 중요한 기념비적 성당이다. 성당 내부와 밖에는 자료관과 기념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자료관에는 200여점의 키리시탄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박해 시대에 ‘잠복 키리시탄’(1563년에 시작된 고토의 그리스도교 역사는 박해와 금교, 탄압의 역사를 거듭하며 이윽고 잠복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공공연하게 신앙을 드러내지 못했던 신자들은 겉으로는 불교 신도인 척 위장하면서 내적으로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계속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 신자들을 일컫는 말이다)들이 신앙 위장을 위해 성모상으로 여기고 공경했던 도자기 ‘마리아 관음상’, 1634년의 태음력에 의한 교회달력인 ‘오쵸(전례력)’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바깥 기념 정원에는 1566년 처음으로 고토에 그리스도교가 전해진 날의 모습을 드러내는 ‘알메이다의 선교비’, 1597년 26성인 중 한 분으로 순교한 ‘요하네 고토의 순교 동상’ 등이 세워져 있었다.    고토에는 이런 남다른 역사가 있기에 지금껏 신앙이 계승되고 있었다. 현재 나가사키내 133개 교회 중 약 50개가 고토 열도에 있으며, 열도 방방곡곡의 취락에서 작고 아름다운 성당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공소와 비슷한데,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꿋꿋이 신앙을 지키면서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다. - 구스하라 감옥 터 성당에서 나와 구스하라 감옥 터에 들렀다. 미즈노우라에서 박해가 일어난 후 이 지구에서도 신자들이 박해를 당하고 33명이 옥에 갇혔다고 한다. 그 감옥을 복원해 놓은 곳이다. 고토에서 첫 미사도 봉헌하고 여러 순례지를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섬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바람에 몇몇 일정이 취소되어 정말 아쉬웠다. 그 아쉬움을 호텔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일행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며 달래었다. 도착한 숙박처는 제법 큰 규모의 롯지식 호텔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내일은 비가 그치기를 바란다. 은총의 시간을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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