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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준비하라
(마태 24, 36-44 참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곳곳에서 근본이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바른 정치가 실종되어 나라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으며, 장기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국가 경제는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대다수 서민들의 생활고(苦)는 가중되고 있다. 공(公)교육은 무너진 지 오래되었으며,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어 가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사회적으로도 법과 질서를 교란하는 각종 패륜과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사고와 자연재해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세상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누구는 ‘말세가 되었다.’, ‘곧 세상 종말이 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노아는 앞으로 있을 인류의 대 멸망을 대비하여 엄청나게 큰 방주를 만들었다. 세상의 멸망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당시 세상은 타락해 있었다. 악이 만연하고 폭력이 난무하였다. 하느님께서는 타락한 모든 살덩어리들을 세상에서 없애기로 하고, 인류에게 대홍수의 재앙을 내리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은 ‘홍수가 닥쳐 모두 휩쓸어 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면서’ 준비없이 살다가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나는 ‘맘몬의 우상과 탐욕에 빠진 세상에 종말이 다가왔다’고 판단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구원의 방주인 이 곳 산위의 마을을 찾아왔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삶을 모색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살다가는 나도 노아 시대의 세상 사람들처럼 타락한 생활을 하다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이런 죽음을 생각하면 인생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 공동체가 매일 저녁 바치는 기도 중에 「선종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가 있다. 그 기도문에 “주님, 오늘 밤이라도 당신께서 저희를 부르신다면, 저희는 즉시 따라 나설 수 있도록 등불을 밝혀들고 깨어 준비하고 있나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매일같이 되뇌는 기도문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주님께서 나를 데려 가신다면 정말 순순히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과연 나는 언제 올지 모르지만 죽음 앞에서 초연하고, 살아온 모든 생애를 감사하며 아름답게 삶을 마감할 수 있을까. ‘주님,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아직 정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하고 시간을 끌며 매달리지는 않을까. 삶의 욕망과 두려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놓지 못함으로써 결정적인 순간에 버려지는 꼴을 당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선생복종(善生福終)을 구하는 기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개인에게는 죽음이 곧 종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종말은 ‘언제, 어떻게 올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아버지만 아신다’고 한다.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라고 말씀하시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신다. 또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 24, 44)라고 경고 하신다.
사실 우리에게 매 순간은 종말이다.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요, ‘현재’이다.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고 또 허황된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매 순간 종말을 맞이하듯이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자.
우리 공동체의 삶은 ‘지상에서 천국처럼’ 사는데 있다. 곧 ‘하느님 나라’를 지상에서 맛보는 삶이다. 지나가 버린 과거나 오지 않을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천국이 따로 없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이 종국에 내가 맞이하게 될 영원한 삶의 모습이 된다. 그러니 지금 현재를 잘 살아가는 것이 곧 천국이다. 세상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도록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이를 위해 항상 기도하며 깨어 있어야겠다. 주인께서 부르시면 언제든지 응답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준비하자. 그럴 때 그 순간이 언제이든 하느님 나라를 기쁘게 맞이하게 되리라.
2012년 10월 25일(목) 김정하 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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