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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체 가족회의에 대한 소회(所懷)
- 가족회의가 기다려진다! -
저를 『산위의 마을』로 부르신 주님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우리 마을은 한달에 4번 월요일마다 가족회의를 하는데 격주로 2번은 전체회의, 2번은 담당자 회의를 한다. 나는 입촌한 지 7개월째로 지금까지 모두 14번 정도 가족회의에 참석한 것 같다. 왕 울트라 캡숑(?) 초보 공동생활자로서 개인적으로 회의 날이 무척 기다려진다.
회계, 농업, 텃밭, 축산, 가공, 시설 및 장비, 교육, 생활 등 각각의 담당자들로부터 한 주일 동안 한 일과 다음 주 계획에 대하여 보고받고, 기타 여러가지 마을 돌아가는 사정을 듣게되는 귀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회의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은 초보 공동생활 지원자인 나에게는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결해주고, 행동의 구심점이 되므로 길잡이로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마을 전체 흐름 안에서 무엇을 결정 할 수도 없고, 무엇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에 조심스러워서, 공동체 대표나 담당자 또는 먼저 살아온 분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혼자 결정하고 행동했던 습성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때론 굴욕감마저 느껴지기도 한다.(왜 나같이 성질 급한 독설가인 사람이 3명의 10배가 되는 30명과 같이 살아가는 삶에 부르심을 받고 응답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다.)
그러나, 회의시간을 통해 공동체원으로서 공동체의 의견을 따르며 하나됨을 이루어야 하는데, 공동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추상적 존재가 나의 생활에 현실적 존재로서 다가오는 때이기도 하다. (전에 박신부님이, 공동체란 공동으로 회의하는 시간이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불편하고 느리고 답답하지만 10배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10배 더 다른 의견을 경청하며 살아가는 방법(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에서 예수님의 사랑과 성모님의 순명과 요셉님의 자비심을 수덕하여 나 자신 변화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름 많이 애쓰고 있다.
그래서 가족회의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성숙하게 오고가고, 어떤 제안에 대해서 공동체 가족 모두가 한마디씩이라도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더디지만 조율하며 나아가는 느낌이 참 좋다.
우리에게는 집안의 가장, 국가의 대통령, 특정집단 또는 기업의 독재와 독점이 극에 다다라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희생 제물로 바치며 노력한 결과 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그 잔재는 남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 공동체 안에서도 독재와 독점의 악령이 활동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재와 독점의 악령을 얼씬도 못하게 하려면 소수의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하고, 성숙된 자세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괜찮은데 너 혼자 왜 그러느냐”는 분위기가 가족회의에서 느껴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마음을 나누고, 살피는 가족회의가 되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의 생각이 드러나고 의견의 조율과 공동의 합의 과정에서 인내를 배우고,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졌지만 어쩔 수 없이 공동체의 방식으로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충실히 따름으로써 겸손을 배우는 공동생활 수행의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난 가족회의가 기다려진다.
나 자신 또한 빠른 독재와 독점적 문화에 젖어있고, 비효율적이고 느린 공동체 문화에는 익숙하지 못해 나와 다른 의견만 나오면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고, 격앙되는 경험을 하게된다. 차츰 계속되는 가족회의의 수행을 통해 차분히 진실하고 솔직하면서도 존중함이 있게 의견을 말하게 되고, 나와 다른 의견이 결정되더라도 그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믿고 충실히 따르는 공동체원으로서 성장할수 있으리라 믿고 희망한다.
나의 삶을 이끄시는 주 예수님!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4,13)
『산위의 마을』가족회의에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
2011.9.20 최선아 스콜라스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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