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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몸의 등불
(마태6, 22-23)
우리는 눈을 통하여 사물과 세상을 보게 된다. 먼저 눈으로 보고 판단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다.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감촉의 경험보다 우선하는 것이 본다고 하는 것이다. 물체나 대상에 손이 닿기 전에 먼저 보게 되고, 사고가 나기 이전에 앞에 있는 것을 본다. 이처럼 본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 중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과 사물을 ‘어떤 눈으로, 어떻게 보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감각기관으로서의 눈보다도, ‘마음의 눈’ 또는 ‘내면의 눈’을 일컫는 것 같다. 이는 육체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가치관이나 인생관, 세계관 등을 말한다.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올바른 시각, 관점에서 형성되어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몸과 삶이 환해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그러면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어떻게 하면 올바로 정립할 수 있을까?
예수님께서는 네 안에 ‘빛’이 있다고 하신다. 우리가 육체적인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듯이 ‘네 안에 있는 빛’은 영적인 세계를 볼 수 있는 ‘영적인 눈’이 아니겠는가 생각해보았다. 대개는 육신의 눈으로써 사물을 보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는 사물을 제대로 본다고 할 수 없다. 사실은 볼 수 있어도 진실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사물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악해낼 때만이 우리는 바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같이 사물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 보이지 않는 그 뒤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영성의 눈’이라고 한다. 우리와 같은 신앙인은 영적인 시각으로 눈을 뜨고, 귀을 열어 영성을 채워나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예수살이 공동체에도 ‘예수살이의 영성’이 있다. 바로 그 ‘영성의 눈’으로 나는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자 한다. 그것이 올바른 가치관임을 굳게 믿으며...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빛이 어두운 사람은 영적인 눈이 부족한 사람이다. 빛이 너무 어두워서 영적인 세계, 영적인 가치를 지닌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영적인 가치를 보고 하늘에 보물을 쌓으려 하지 않고, 곧 썩어 없어질 땅에 재화를 모아두려고 하는 미련한 사람이다. 그는 세상적인 성공과 부와 권력만을 보고, 그것을 쫓아 살아간다.
재물과 각종 물질에 대한 욕심은 무릇 ‘영적인 눈’을 멀게 한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판단력을 송두리째 빼앗아 ‘영적인 세계’로부터 점점 멀리 떠나버린다. 그런 ‘눈’과 ‘몸’으로 사는 것은 짙은 어둠에 갖혀 지내는 것과 다름없다.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 자신은 ‘무엇에 눈을 고정시키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나의 마음의 빛은 어둡지 않은가’, ‘나의 마음의 빛은 항상 어디를 비추고 있는가’,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보물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빛이 환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의 영적인 눈을 보다 맑게 다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를위해 기도 생활에 더욱 충실하고, 성경 읽기와 영적 독서 등을 늘려 영성을 키워나가야 겠다.
천일기도 할때 바치는 ‘입촌 청원 기도문’에 나와있듯이 ‘보물을 볼 수 있는 영의 눈을 주시기’를 주님께 간절히 청한다.
“어느날 스승 예수님께서는
산으로 올라가 앉으시어 저희를 부르셨습니다.
저희가 가까이 다가가자 참된 행복의 비결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보물이 묻혀있는 비밀의 밭도 알려주셨습니다.
보십시오. 저희들은 모든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사고자 모였습니다.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부릅뜨고 쫓는 보석이 아니라,
영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보물을 원합니다.
죽기 전에 우리 눈으로 그 보물을 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 입촌 청원 기도 中에서 -
2011년 10월 6일 김정하 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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