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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
(마태 18,1-5)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18,3)
예수님께서 ‘어린이처럼 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나이와는 관계가 없다. 어린이와 같은 마음, 곧 ‘동심(童心)’을 지닌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되새기며, 과연 어린이는 어떤 마음을 지닌 존재인지 한번 생각해 본다.
먼저, 어린이는 순진무구(純眞無垢) 그 자체이다. 순하고 참되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닌 사람이다. 지나친 물질에의 추구와 어른들의 탐욕으로 세상은 점점 타락하고 부패해지고 있으나, 그래도 우리 어린이들은 아직까지 순수함을 잃치 않고 있다. 부모나 어른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자식이나 어린이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끝까지 그들의 순수함 만큼은 간직하도록 당부하고 일부러 교육까지 시킨다. 그나마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는 부모나 어른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는 아주 단순하다. 어른들처럼 이해득실을 따지며 다분히 계산적이거나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개방적이고 솔직하며,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자기 주장이나 집착이 어른처럼 강하지 않고, 영악하지 않아 많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도 안다. 물론 어른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영악스러운 어린이도 있다. 이미 세상의 때가 묻어 있어 원래대로의 순수함을 배워야 할 딱한 처지에 있는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은 작고 낮은 사람들이다. 명예욕과 부와 권력과 허영심 등으로 높아지고 커지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어른들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마음이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낮은 사람들이다.
어린이들은 배우는 과정에 있으므로 대체로 순종적이고 따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또한, 어린이들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욕으로 가득차 더 이상 채울 것이 없는 어른과는 다르다. 부족하고 비어 있으므로 무엇이든 채우기가 쉽다. 바로 이런 심성을 지닌 어린이처럼 되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우리 마을 저녁공동기도 중에 ‘생활 성찰’의 시간이 있다. 하루의 생활 가운데 다른 가족에게 저지른 잘못이나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과 공동체, 그리고 해당 가족에게 화해와 용서를 구하며 나누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 시간의 대부분은 우리 어린이들 차지이다.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임한다. 고백 내용도 정말 다양하다. 어른들 시각에서 ‘뭐 이런 것까지야’할 정도의 내용도 많다. 말다툼으로 마음 상하게 한 것까지도 모두 고(告)하고, 하느님 앞에 용서를 청한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금새 함께 어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생활한다.
이런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으로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어린이들처럼 단순하게,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낮은 자세로 하면 될텐데 무엇 때문에 주저하고 있단 말인가? 정말 우리 어린이들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런 어린이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회개하여 어린이들의 모든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진정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예수님을 위한다면 작고 낮은 자세로 어린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태18,5)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2011년 12월 15일(목)
김정하 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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