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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5일 부활 제5주일(D+468)
오늘은 부활 제5주일입니다. 산위의 마을의 성화와 성장을 청원하는 천일기도 468일째 봉헌합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 날은 세종대왕의 탄신일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전국 온 백성에게 가르침을 주어 존경받는 것처럼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별히 경준이와 대철이를 사랑으로 가르쳐 주시는 가곡초 보발분교의 박지우 선생님과 안정화 선생님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학교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찬미예수님! 우리가 소망하는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거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그 어려움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보다 쉬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보다 어려운 것도 없습니다. 때로는 사랑받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역설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 사도는 전도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옵니다. 그들은 4년 동안 많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도시마다 교회가 세워졌고 신자들은 날로 부쩍부쩍 늘어났습니다. 사도들은 각 도시 제자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면서 이렇게 당부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믿는 것도 어렵지만 믿음의 생활을 실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양심적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볼 때도 있고,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자고 몸부림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믿음 때문에 오는 박해도 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나라는 거저 주어졌지만 피땀 흘리는 노력 없이는 그 나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2독서에서도 그와 같은 내용을 암시적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늘 묵시록의 말씀은 새 하늘과 새 땅의 모습입니다. 그곳은 하느님의 집이며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게 됩니다. 그때는 하느님이 사람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얻기 위해서 수고하고 땀 흘렸던 모든 이들은 그때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영광을 받게 됩니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입니다. 참혹한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도 이렇게 될 거라 믿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평화의 기쁨을 얻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목적에 두고 유언을 남기시는데, 당신을 사랑하라고 요구하시거나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보다는 당신이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은 임박한 죽음을 앞에 두고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유언 중 첫 번째입니다. 첫 번째 계명이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인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로 불리는데, 이는 사랑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리스도교의 가장 우선적인 특징으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새 계명은 공동체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서로 간의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새 계명은 ‘형제적 사랑’ 또는 ‘서로 간의 사랑’이라고 불립니다. 세속사회에서는 사랑을 명령으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사랑은 감성적인 것으로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명령으로 규정하셨습니다. 사랑을 감성이 아닌 의지적 행위로서 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할 것을 명령으로 규정한 것은 인간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사랑하기 싫은 형제자매라 할지라도 의지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명령으로써 요구한 것입니다.
요한 1서 2장 7-8절에서 “내가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새로운 계명이 아니고 여러분이 줄곧 들어온 그 말씀입니다. 그러나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것은 사실은 새 계명입니다.”라고 나옵니다.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이 ‘새 계명’이라 불리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 사랑하라는 옛 계명이 예수님에 의해서 시작된 새 시대의 새로운 이스라엘인 교회를 위해서 다시금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어둠이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습니다.
둘째, 사랑하라는 계명의 근거 또는 시발점이 완전히 새롭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이 명한 이웃 사랑의 근거는 ‘너 자신’에 있습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19,18) 그러나 새 계명에서 형제자매 사랑의 근거는 예수님에게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옛 계명과 새 계명의 본질적인 차이점이 사랑의 근거 또는 시발점에서 다릅니다.
예수님의 새 계명은 어린 아이라도 외울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만, 이 계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성찰해보면 참으로 심오한 계명입니다. 우리가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때 우리가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할 것은,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행동의 근거요 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가 형제자매들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예수님 때문에 참아주고, 예수님 때문에 기다려주고, 예수님 때문에 돌보아 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들인 것을 알게 됩니다. 나아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공동체는 마땅히 저래야 한다는 배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자기 욕심만을 채우는 삶, 다른 이들을 짓밟고 홀로 우뚝 서는 삶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우리가 주님의 제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리가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공동체 형제자매들을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공동체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분의 제자가 됩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공동체의 기본 정신이자 그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사랑의 계명을 살고 있는지요? 우리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때로는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가 너무 미워서 말도 섞지 않고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실 외로운 존재입니다. 모두가 사랑을 간절히 원하고, 모두가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지, 모두가 삶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고,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큰 고통은 그러한 고통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점입니다. 우리는 친밀함을 갈망하고, 친밀한 관계의 상실을 가장 가슴 아파합니다. 인간이 인간과 하나가 되어야 살맛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은 생명을 돌보는 힘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가 날 괴롭히고 귀찮게 하면 “왜 날 못 살게 굴어”라고 합니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결과적으로 나를 살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못 살게 한다는 것이 생명력을 충만히 누리고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살맛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 사랑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가 건강한 공동체, 성장하는 공동체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합니다. 서로가 주님을 대하듯 진실한 마음과 사랑으로, 그리고 서로 존중할 때에 참된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사랑은 말 이상의 것이어야 합니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꽃에 물주기를 잊는다거나 강아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강아지 돌보기를 소홀히 한다면, 정말 사랑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새 계명이 버거울 것입니다. 어쩌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도저히 사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미워하는 상대를 사랑해야 합니다. 내가 출발점이 되어서 내 식으로 사랑하려고 할 때는 어렵고 잘 안 됩니다. 상대방과 관계없이 나 혼자 주님의 사랑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한계, 약한 모습, 그가 처한 어려운 환경, 그의 어두웠던 성장 환경 등을 헤아리면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하라는 명령은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해야 한다.”(마태5,48)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라고 하신 말씀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랑이시므로(1요한4,8) 너희도 사랑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는 저절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가지에는 나무의 생명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기 안에 흐르는 하느님의 기운과 생명을 드러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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