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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4일 연중 제20주일(D+559)
오늘은 연중 제20주일입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으신 분들을 위해서 자비로우신 주님께 특별히 도움을 청합시다. 국난을 잘 극복하고 서로 기대고 나눌 수 있는 우리 민족의 저력이 이 어려움 중에도 잘 드러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찬미예수님!
오늘 1독서 유다 임금 치드키야는 나라가 위태로운 때에 정세를 잘못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루살렘은 바빌론의 포위를 받고 있었는데 이집트의 파라오 왕이 이에 맞서 군대를 이끌고 출동하자 바빌론군이 일시 포위를 풀고 후퇴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유다의 임금과 대신들이 손뼉을 치며 상황은 이제 끝났다고 착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유다는 부패와 부정이 판을 쳤으며, 정치와 사회는 물론 종교까지도 속속들이 썩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강대국들의 침공은 하느님의 경고요 회초리였습니다. 바로 이때 예언자 예레미야가 나타나서 치드키야 임금에게, 절대로 형세를 쉽게 판단하지 말라고 하면서 차라리 바빌론에게 항복하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충고했습니다.
바빌론의 위험에서 풀렸는데 퇴각한 바빌론을 쫓아가 항복을 한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습니다. 그리고 치드키야 임금과 대신들이 볼 때 예레미야는 반역자요 또는 국가 전복을 꾀하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신들이 임금을 설득하여 예레미야를 죽이기 위해 깊은 구덩이에 내려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말을 끝까지 거부하던 유다는 크게 망했으며 왕자들은 모두 살해되었고, 왕도 눈알이 뽑힌 채 바빌론으로 끌려갔다가 거기서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썩으면 스스로 망하게 되어 있고 또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둡고 혼란한 세상에서 예언자는 참으로 외롭고 고달픈 투쟁의 길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독재 국가에서는 양심 있는 목소리를 듣기 싫어하며, 썩은 사회일수록 진리와 정의를 외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참된 예언자는 기존의 질서와 평화를 깨뜨리는 자로 간주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 하심으로써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십니다.
불을 지르러 왔다는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이 불길같이 타오르게 하려고 왔다는 뜻입니다. 또 “내가 받을 세례가 있다”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을 언급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가르치는 데 타협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그것을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자기 사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많은 주저와 고뇌를 겪으면서 이루어 내는 일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러 이 세상에 오셨고, 당신 말씀이 불길같이 타올라 온 세상에 전해지길 열망하셨습니다. 그래서 유다교 당국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그분은 그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이 고뇌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부활하여 하느님 안에 살아계신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들의 생존은 전혀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많은 곳에서 분열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정 공동체가 찢기며 가족끼리 반목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시대 유다인에게 미움을 받아 돌아가셨듯이, 그리스도 신앙인들도 가정이 분열되어 서로 반목하는 아픔을 겪고, 많은 분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한국의 그리스도 신앙 초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초기 신앙인들에게도 분열과 반목의 아픔이 많았습니다. 신앙인이 되어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사람이 2만 명 이상입니다. 그리스도 신안은 인간의 혈연보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고 믿습니다.
유진길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유대철 베드로 성인은 부자(父子)가 성인이 되는 영광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유대철의 어머니와 누나는 비신앙인이었기에 어린 유대철의 신앙생활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들 유대철에게 믿음을 버리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철은 어머니에게 신앙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어머니를 효심으로 대하고 어머니와 누나를 위해 항상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분열과 반목을 겪으면서 싸워 이기고 군림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하다가 그 때문에 발생한 분열과 반목을 참고 견딥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승리하고 명령하는 데 있지 않고, 사랑하고 섬기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말씀이 불길같이 타오르길 원하셨고 그것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으셨지만, 섬기는 모습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섬김은 곧 사랑이며, 하느님의 생명이 하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그 섬김을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모든 것을 살펴보고 좋은 것을 지키시오.”(1테살 5,21) 스스로 높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모든 것을 살펴보는’ 현명함을 잃고 아집에 살겠다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런 어리석음은 하느님의 말씀을 불길같이 타오르게 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죽기까지 섬김으로 하느님의 아들 됨을 완성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자기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히브리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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