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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는 빛의 고통이다(괴테)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빛에게 고통이 있다면 바로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산과 바다가 산과 바다의 색깔을 내는 것이, 꽃과 노을이 꽃과 노을의 색깔을 내는 것이 모두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빛깔이 빛에 의해 그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아름다운 색채를 내기 위해 빛이 그토록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빛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빛깔들을 주기 위해 그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동안, 강과 산과 나무와 풀잎들이 연두에서 진초록으로 점점 변해가면서 그토록 아름다움을 선사한 것이 빛의 고통에 의한 것이라니 말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아름다운 풍경들이 빛의 고통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주도하는 고통이야말로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결정적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채들도 빛의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보잘것없는 우리도 고통으로 인간이라는 색깔을 지닌다는 것은 참으로 당연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인간도 고통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름다워질 수 없습니다. 고통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생이라는 말은 고통이라는 말과 그 의미를 같이합니다. 고통이라는 말의 또 다른 낱말입니다.
사랑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습니다. 사랑이 시작되면 고통은 시작됩니다. 고통이 없으면 이미 사랑이 아닙니다.
우리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고통을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고통을 피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고통은 어떤 의미를 찾는 순간부터 더 이상 고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의 고통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때, 나의 고통이 누군가에게 사랑이 되고 존재의 의미가 될 때 그것은 오히려 감사이자 행복일 수 있습니다.
기차는 언제나 푸른 들판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터널 안을 달릴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차가 어두운 터널 속만을 영원히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기차가 터널 속을 달릴 때 우리는 반드시 기차가 푸른 들판으로 다시 달려 나온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 믿음은 터널 속이라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참고 기다릴 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고통에 대해 그런 믿음을 지녀야 합니다. 고통은 푸른 들판을 달리기 위해 통과해야 할 어두운 터널 속이며, 그 터널 속을 언젠가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고통을 받을 때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이겨내는 일들로 가득 차 있을 수 있습니다.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을 받는 것은 어쩌면 선택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은 관념적일 수 있습니다. 실재하지 않는데 고통스럽다고 생각함으로써 고통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이 빛의 고통이 없으면 제 색깔을 낼 수 없듯이, 이 세상을 사는 우리도 고통이 없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만들이 색채를 지닌다는 것은 바로 고통의 빛이 있다는 증거이며, 우리 삶에 고통이 있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건강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증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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