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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1일 연중 제21주일 (D+566)
오늘은 연중 제21주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십자가의 좁은 문을 통하여 모든 사람을 새로운 생명의 파스카 잔치로 부르십니다. 아버지의 나라의 참된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찬미예수님!
하느님은 당신의 구원계획을 이스라엘을 통해서 준비하셨습니다. 먼저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을 당신의 백성으로 선택하셨습니다. 바로 그 이유로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자신들만이 구원받는다는 선민사상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성경 말씀은 이스라엘의 독선적이면서도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구원은 모든 인류에게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혈연이나 지연, 민족이나 국가의 경계가 없고 세상 끝에서부터 찾아온 모든 이들이 그들의 수고와 행실에 따라서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는, 바빌론에서 유배 생활을 끝내고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온 이스라엘이 숱한 고난을 체험하면서 하느님의 구원이 이스라엘의 울타리를 넘어 지구상의 모든 인류에게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같은 내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후손 중에 많은 이들이 구원받지 못해서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는 동안에 세상 끝에서 온 다른 많은 이방인이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려고 애쓰시오. 여러분에게 말하거니와, 사실 많은 사람이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 말씀에 이어서 예수님은 집주인이 문을 닫아 버리면, 열어 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집주인이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은 그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을 열어 달라는 사람들은 주인을 안다고 주장합니다. 주인과 함께 먹고 마셨고, 자기네 동네에서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주인은 그들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주인이 사람을 알아보는 기준은 그 사람이 자기를 보았거나 함께 먹고 마신 사실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주인은 사람의 삶의 빛깔을 보고, 그 사람의 기원, 곧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안다는 것입니다. 삶의 빛깔이 같은 사람들은 “사방에서 모여들 것”이라고 복음은 말합니다.
유사이래(有史以來). 사람들은 신(神)에 대해 줄곧 생각하였습니다. 유능한 인간이 행세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신을 모든 일에 유능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높은 사람이 군림하는 것을 보고 신을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지배가 법을 주고 그에 따라 심판하여, 잘 지킨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못 지킨 사람에게는 벌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높고 강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공물을 바치는 것을 보고, 신에게도 제물을 봉헌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그런 신을 가르치면서 신의 이름으로 법을 주고 제물을 요구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하느님은 사람들이 생각한 그런 신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자비롭고 사랑하는 분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빛을 따라 사는 사람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 실천이 있는 삶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있고, 그 삶을 사는 사람이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본연의 빛깔 따라 사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곧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요한 1, 12-13)
그리스도 신앙은 인류가 상상해 온 신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느님의 가치관을 따라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사랑과 자비가 우리 삶 안에 살아있도록 십자가 곧 일상생활의 불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복음은 많은 사람이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말합니다. 재물과 지위를 얻고 건강한 것을 구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소수의 사람만이 그 의미를 알아듣고 찾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좁은 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재물과 지위에 대한 애착을 버리는 일은 아무나 알아듣고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많은 사람이 들어가는 넓은 문이 아니라, 좁은 문입니다. 사랑과 자비의 실천은 자신을 잃을 줄 아는 소수 사람에게만 열린 좁은 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좁은 문’은 재물과 지위를 하느님과 혼동하지 않는 사람이 들어가는 문입니다. 사랑하고 자비하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문입니다. 인간 누구나 탐하는 재물과 요행으로 통하는 문은 넓은 문입니다. 사람을 측은히 여기고 사랑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된 수의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례받고 그리스도 신앙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면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빛깔을 가진 생명을 사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배워 실천합니다.
사랑과 자비는 자신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사랑과 자비를 필요로 하는 이웃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그것은 이득이 아니라 손실을 가져다주는 길입니다. 소수의 사람만 의미와 보람을 깨닫는, 좁은 문이 열어 주는 길입니다. 그리스도의 신앙은 모든 사람을 위해 열려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잃을 줄 아는 사람들의 길입니다. 좁은 문이 열어 주는 길입니다.
멸망의 길은 넓고 시간이 느긋하며 핑계가 끝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심판은 선한 이에게는 자비로우나 악한 이에게는 엄하십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주님의 뜻대로 매일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신앙인답게 선하고 거룩하게 살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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