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창조시기 주제: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매년 창조시기의 주제는 이 기념 안내서를 제공하는 에큐메니컬 운영위원회가 제안합니다. 2022
년의 주제는“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입니다. 코로나 19 세계적 유행 시기에, 많은 사람이 화상 대화 중 음소거가 되는 개념에 익숙해졌습니
다. 종종, 플랫폼을 사용하는 이들은 본인이 음소거를 해제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디지털 플랫
폼을 사용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에 그들의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 않습니다. 기후 변
화와 지구 보존 윤리에 관한 공적 토론에서 많은 목소리가 강제로 침묵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이 땅의 한계 안에서 감사하며
살 수 있는지 세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지혜를 지닌 이들의 목소리입니다. 이것은 인간보다 개체
수가 많지만 줄어들고 있는 다양한 생물종의 목소리입니다. 이것은 지구의 목소리입니다. 2022년
창조시기 주제는 우리가 모든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인식을 불러
일으킵니다. 시편 저자(시편 19[18],2-5 참조)는 피조물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경청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런데 이러한 경청은 점점 드물어지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컬 그리스도교 가족은 피조물의 목소리
를 듣는 우리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저술 가운데 일부는 창조의 개념을 하느님에 대한 앎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언급하기도 합니다. 창조론에 대한 신학적 전통은 오리게네스에서 시작하여 초기 그리스도교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 카이사리아의 바실리우스 등을 통하여 아주 귀하게 이어집니다. 시편 저자처럼, 막시무스 성인은
전 우주가 ‘고요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양하며, 그 찬미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기 전
까지는, 곧 우리가 피조물 안에서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기 전까지는 들리지 않는다고
상기시켜 줍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피조물]은 여러분이 반드시 들어야 하
는 거룩한 본문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반드시 보아야 하는 우주의 책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책
의 본문은 읽고 쓸 줄 아는 이들만 읽을 수 있는 반면, 우주의 책은 문맹자라도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마틴 루터는 “하느님께서는 책뿐만 아니라 나무와 다른 피조물에도 [복음서를] 쓰셨습
니다.”라고 저술하였습니다.
“성경책”이나 두루마리는 큰 소리로 낭독되어야 했기에, 듣게 되어 있는 구어였습니다. 두루마리
와 성경책은 큰 소리로 낭독되어, 공동체에 숨을 불어넣고, 선포로 들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피
조물이 하느님의 손길로 이루어졌다고 선언하는 시편 저자는 성경이 생기를 돋우고 참된 가르침
을 주며, 마음을 기쁘게 하고 눈에 빛을 준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시편 19[18],8-9 참조) 창조
론과 성경은 함께 “읽힌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책을 혼동하지도 말고 이성과 계시의 경계를 흐리지도 않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우
리가 피조물에게서 “듣는” 것은 생태학과 기후 과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서 나온 은유 이상입니다. 이것은 과학 혁명 이래 신학과 자연 과학의 대화를 만든 생물과 물리 과학 이상입니다. 요
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신앙과 이성」(Fides et Ratio)에서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계시의 중
심에 계시지만, 피조물이 그 계시 가운데 첫 단계라고 말하였습니다. 우리가 창조의 책과 성경의
책을 묵상할 때 나타나는 조화들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 있으며, 하느님과 같이 사는 피조물
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살기 위하여 어떻게 부르심을 받았는지에 대한 우주론을 형성합니다. 관상은 우리에게 창조의 책을 듣는 방법을 다양하게 열어줍니다. 시편 19편은 피조물들이 창조주
에 대해 우리에게 말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생물 안에서 생태계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것과
피조물이 고통스럽게 부르짖는 것이 모두 하느님의 메아리입니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 안에서
기원과 종말이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같이 사는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인간 친
구나 가족과 살면서 진실과 선함 또는 아름다움을 깨닫는 일과 같습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면 삼위일체를 알게 되고, 삼위일체 안에서 피조물은 살아있고 움직이며 존재
합니다.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은 ”피조물 안에 존재하시며, 성령을 통하여 남녀 인간
을 자연과 화해시키고 평화로 이끌 수 있으신 하느님의 식별”을 촉구합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우리가 창조의 책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줍니다. 그리스도교 영성
은 말과 침묵을 통하여 우리 몸을 관상으로 이끌어 주는 행위들로 가득합니다. 전례와 영적 행위
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능동적 경청의 영성을 기르는 것은
파괴적인 이야기들이 뿜어내는 소음 속에서 하느님과 이웃의 목소리를 식별하는 데에 도움이 됩
니다. 관상은 우리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근심에서 행동으로 이끌어 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리스도인을 위하여 창조와 성경이라는 두 “책”을 함께 들고 계십니다. 마
음이 산란하고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셔야 했던 현실을 직면하셨던 그리스도의 육화와 부활은 지
구를 화해시키고 치유하는 희망이 됩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여 우리가 세상으로 나
아가 창조의 책을 이 복음에 비추어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창조의 책은 기쁜 소식을 간
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모든 피조물의 관점에서 성경을 듣도록 해 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피조물, 특히 고통받거나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이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약속을 식별하는 열쇠
가 되어 주십니다. 창조시기 동안, 우리가 함께 하는 기도와 행동은 우리가 침묵당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
게 해 줍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는 사라진 개인, 공동체, 동식물, 생태계, 그리고 기후 변화와 거
주지 손실로 생계가 위협받는 이들을 애도합니다. 기도 안에서 우리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이 부르짖음의 중심에 있습니다. 예배 공동체는 젊은이, 토착민, 여성의 목소리와 사회에서
들리지 않는 억압받는 공동체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전례, 회중 기도, 상징적 행위, 옹호
로 우리는 공공장소와 정치적 과정으로부터 떠났거나 사라진 이들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리스도교 가족 구성원에게 종교 간, 학제 간 대화와 실천
을 하기 위한 풍성한 진입점을 제공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문화와 삶의 영역에서 다른 종류
의 식견과 지혜를 지닌 이로서 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모든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