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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5일 거룩한 믿음의 선물
우리는 생활에서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서서히 하느님의 은총, 삶의 선물, 친구의 사랑 등을 둘러싼 경이감이 광채를 잃기 시작하고 그저 평범하고 흔한 것일 뿐이라고, 심지어 성가시고 지루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들 가운데 가장 거룩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거룩한 믿음의 선물! 우리는 그 믿음과 함께 온종일 매일 살기 때문에 이 선물 없이 사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하는 우리의 정신이나 사랑을 하는 우리의 가슴만큼이나 그것도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믿음을 간과하곤 합니다.
믿음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사는 삶에서 다른 모든 것의 초석을 이룹니다.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희망할 수도, 사랑할 수도 다른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볼 수도 없고, 그분이 우리 안에 사신다는 것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믿음이 없다면, 삶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 같은 삶,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지루하고, 쓸모없고, 희망 없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거룩한 선물 가운데 이 믿음의 선물을 가장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믿음은 우리에게 단순히 하느님에 관한 지식을 주지 않습니다. 믿음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소개합니다. 믿음은 전능하신 하느님, 우주의 창조주이며 구원자이신 분을 우리가 지속적으로 만나는 장소, 신뢰가 있는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눈높이에 섭니다. 그리고 그분을 거룩하고 경이로운 분으로 알고 사랑하며,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그분을 알고 사랑합니다.
믿음은 단지 지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만남입니다. 믿음은 단지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만남이고 마주함이요 받아들임입니다. 진리의 근원이신 하느님, 그리스도를 만나고 마주하고 받아들이며 그분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것과 하느님에 관하여 아는 것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과에 대하여 아는 것은 사과가 어디에서 재배되고, 어떤 종류가 있는지, 한 나무에서 어느 정도 사과가 열리는지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과를 알고 있는 사람은 사과를 먹어보고, 사과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맛있는지를 먹어 본 사람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맛을 본 사람만이 하느님을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은 성스러운 선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것은 우리 그리스도인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에 대해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힘 가운데 당연하다고 여겼을 때 가장 빨리 약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통해 하느님을 알기 때문에, 이 감춰지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의 만남이 우리 삶에서 점점 드물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단순히 메마르고 감정 없는 지식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도이고 또 하나는 삶입니다. 우리는 믿음에 기도라는 음식으로 계속 양분을 주거나, 아니면 믿음을 굶깁니다. 믿음이 점점 강해져서 우리가 매일 하느님을 점점 친밀하게 만나거나 아니면 믿음이 점점 약해져서 우리에게 하느님은 나와 상관없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도와 더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일상의 삶입니다. 우리의 일상의 삶, 경험 속에서 하느님이 늘 역사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별도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사건 안에서 오신다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자신의 경험에 귀를 잘 기울인다면, 자신의 경험 안에서 늘 하느님이 역사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아는 것입니다.
공동생활, 수행 생활에서 봉헌하지 않고는, 의탁하지 않고는, 맡기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듣고 본 것들을 모두 마음속에 간직함으로써 믿음이 자라고 공로가 쌓이고 지혜가 밝아졌으며, 사랑의 불꽃으로 타올랐습니다.
성모님은 자신의 뜻에 따라 멋대로 행동하지 않고 오직 내적으로 믿음을 위한 지혜가 지시하는 대로 외적으로도 육신의 봉사를 다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몸소 거처하실 교회의 집을 지으시면서 계명을 지키고, 마음을 깨끗이 하며 겸손의 규범과 영신적 봉헌의 모범을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 안에서 발견하도록 섭리하셨습니다.
우리는 성모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영신적으로 깨끗하시고 죄의 더러움을 씻기 위하여 마음의 장막으로 들어가십시오. 거기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하느님께서는 일보다 마음을 중시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하느님의 뜻에 맞는 봉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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