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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3일 연중 제14주일(D+517)
오늘은 연중 제14주일입니다. 두려움과 슬픔에 사로잡혀 다락방에 숨어있던 사도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처음으로 나타나셔서 하신 말씀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도 당신이 주시는 평화를 누리며 생명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례로 우리를 부르시고 하느님 나라를 전하는 데에 몸 바쳐 일하게 하십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과 평화를 드러내도록,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사도의 용기와 복음의 자유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시다.
찬미예수님!
모든 축복 중에서 가장 중요한 축복은 평화의 축복입니다. 건강, 미모, 명성, 재산 등 모든 것을 소유했어도 마음의 평화가 없다면 그러한 것들은 바람에 날리는 지푸라기일 뿐입니다. 평화는 인류가 추구하는 최고의 소망입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가 생긴 이래,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후로 세상은 평화를 잃어버렸습니다. 평화가 깨졌으며 다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내가 예루살렘에 평화를 강물처럼 끌어들이리라.---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하느님께서 주셨을 때 그때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교회는 새 예루살렘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인류에게 평화를 젖 먹여 주는 새 예루살렘입니다.
복음에서는 주님이 장차 찾아가실 여러 마을에 제자들을 파견하시는데 그러면서 당부하시기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평화를 빌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가져다주는 선물 중의 하나는 바로 평화입니다. 그것도 썩지 않는 영원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평화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하느님의 말씀과 그리고 새 예루살렘에서 얻어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우리에게 약속(約束)하신 가장 대표적인 것이 파라클레토스 성령이라면, 유산(遺産)으로 남겨두신 것은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너희에게 내 평화를 남기고 간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남기고 간다’는 유산을 남긴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예수님께서 유산으로 주신 이 평화는 예수님 자신이 이 세상살이에서 누리셨던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평화’란 표현을 쓰셨습니다. 이 평화는 당신이 유다 지도자들과 갈등과 박해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실 때도 누리셨던 것입니다. 상처받고 신음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몸과 마음이 몹시 지치셨을 때도 누리셨던 것이고, 제자들의 이기적인 모습과 약한 믿음 앞에서 실망을 금치 못하셨을 때도 누리셨던 것입니다.
최후 만찬에서 유산으로 주어진 예수님의 평화를 제자들이 실제로 누리는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인류의 죄를 치워버리시고 부활하신 다음부터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죄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전까지는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가 없으신 분이시기에 공생활 내내 참된 평화를 누리실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입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는 때로는 무력을 통해서 주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재물이나 지위를 통해서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의 평화는 인간적 이해관계에서 일시적으로 느끼는 안정감일 뿐, 참된 의미의 평화는 아닙니다. 안전과 평화는 다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바라면 바랄수록 우리는 불안해 할 것입니다. 세상은 그 성격상 모든 것이 무상하고 불확실하기에 우리가 안전에 집착하면 할수록, 우리는 주님을 숭배하기보다는 안전을 우상숭배 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진정 평화롭기를 원하십니다. 아주 간절하게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을 때도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과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천사들이 찬미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예수님께서 오심으로 해서 평화가 비로소 왔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 예수님께서 들어오심으로 세상은 평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숭배하고 주님의 뜻을 찾을 때, 우리는 안전하지 않더라도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어떤 곤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누리는 평화입니다. 그 평화는 궁극적인 선으로 나아가는 평화이고, 진정한 자유로 나아가는 평화입니다. 또 하느님 나라의 건설로 나아가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히브리말로 ‘샬롬’입니다. 샬롬은 단순히 갈등이 없는 안전한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총체적인 안녕, 질서와 조화가 있는 상태, 온전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삶의 풍파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풍파는 전쟁의 풍파입니다. 전쟁은 한순간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너무나도 슬프고 무력감을 느끼며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성모님께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전쟁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민간인, 군인 등 무고한 생명이 6만여 명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재난 속에서도 지속적인 평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은 믿음밖에 없습니다. 주님이 세상만사를 주관하시고 언제나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돌보아 주신다는 믿음밖에 없습니다. 최선의 하느님께서 최선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믿음.
“그분은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십니다.”(2코린1,3-4) 여기서 ‘모든 위로’라는 표현은 어떤 것에도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하느님의 위로를 막을 수 없습니다.
평화 자체이셨던 예수님의 생애는 평화로우셨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분은 어머니 마리아 태중에 있을 때부터 불안을 체험하셨을 것입니다. 태어나셨을 때도 그랬고 전도 생활 3년도 불안과 초조와 공포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니에서는 “내 마음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라는 표현까지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 당신이 세상의 불안을 혼자서 다 뒤집어쓰셨습니다. 세상의 공포와 불안을 그분이 다 걷어가셨기 때문에 세상은 이제 그 그리스도를 영접함으로써 참평화를 찾은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서 일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 고통받고 눈물 흘리며 가슴 태워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산상설교에서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마태5,9)라고 하셨습니다. 묘하게도 평화는 하느님을 위해 땀을 흘릴 때 그때 진정한 평화가 주어집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평화를 빌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돈이나 식량이나 옷 등 물건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거짓 평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평화를 얻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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