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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에 이르는 자기 망각
우리를 좋은 쪽으로 변하게 하는 유일한 힘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접촉하는 모든 것을 거룩하게 합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거룩해질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긴 이야기가 이를 증명합니다. 이 이야기는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이런 방식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하느님이 원하는 거룩함은 '노력하여 얻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어지는' 것입니다. 자신의 단점과 문제점들을 알지만, 예수님이 자기에게 다가오도록 기꺼이 허락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깨끗함' 입니다.
선행을 베푸는 것보다 은혜를 믿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할 때, 우리의 시선은 자신을 향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에는 사랑받음의 본질인 '자기 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예수님이 발을 씻겨 주는 모습을 내 안에 받아들이는 연습을 합니다.
제자들이 죽 둘러앉아 있고, 나도 그 가운데 끼어 있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이제 내 차례가 된 상황을 그려 봅니다. 예수님이 발을 씻기고 허리에 둘렀던 수건으로 발을 닦아 주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이런 연습은 내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네가 그 사랑을 감당할 수 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눈을 감고 이런 모습을 내 안에 받아들일 때,나는 치유에 이릅니다.
거룩하고 가치 있는 삶은 덕을 쌓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려와야만 가능합니다. 이는 내 앞에 무릎 꿇고 내 발을 씻기는 예수님과 만나는 일입니다. 당신은 그분을 믿습니까?
자기가 쌓은 덕을 통해 온전한 인간이 되겠다고, 하느님도 인정할 수 있는 인간이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마치 돼지 저금통을 깨서 세상을 몽땅 사 버리겠다고 말하는 어린 소년과 같습니다.
은혜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혜는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긴 물과 같습니다. 그 물처럼 우리에게 값없이 부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행동해야만 더 풍성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내 발을 씻기도록, 그냥 허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성령은 거룩한 삶의 결과로 얻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한 전제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을 받기 위해 선행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성령이 우리에게 임하면 우리가 선해집니다. 나는 그 사실을 믿습니다.
사랑을 획득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보상'입니다. 사랑은 벌어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은혜의 본질입니다. 사랑은 점수를 모아서 쟁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선사 받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은혜를 믿기만 하면 모든 일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풀리리라 생각하는 것은 은혜를 믿는 것이 아니라, '마법'을 믿는 것입니다.
은혜는 저절로 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은혜는 우리가 믿음과 소망과 사랑 가운데서 훈련하고 연습할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합니다. 믿음으로 단번에 어떻게 될 것처럼, 단박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요란 떨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변화는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만이 일상을 살아낼 힘을 지닙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으면서 은혜를 들먹여서는 안 됩니다. 깨달음을 가슴에 새기고 삶을 바꾸는 사람만이 은혜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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