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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기둥을 짊어진 여인
우람하지도 않은 아담한 체구의 한 중년 여인이 떠받치고 있는 것은 돌기둥입니다. 분위기로 봐서는 기둥 정도가 아니라 성당 건물 전체라도 어영차 지고 일어설 듯 힘 하나 들지 않는 표정입니다. 발상이 참 귀엽다고 해야할지 정말 유쾌한 조각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으이샤 절로 힘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이야기하고 끝낼 일은 아닐 어떤 경지가 느껴집니다. 온힘을 다해 허리를 짚고 구부려 뻗어올리고자 하는 다리를 보면 이 여인 역시 이 짐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삶이 뭐 대순가, 짐이란 것이 그저 지면 되는 것이지!' 뭐 이런 분위기가 느껴져 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평온하고도 따스하며 유머스러하기까지 한 저 표정은 등 위의 올려진 짐과 함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터 묘한 감동이 솟아나게 만듭니다. 저 표정, 짐짓 도사인 척 하는 허풍이나 무게를 감당하며 오는 지나친 경직, 위엄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가벼운 보따리 하나 들어올리는 듯, 늘 해야 할 일상의 일을 하고 있는 듯, 그것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쁘고 자유롭게 일하고 있는 한 시골 엄마의 모습입니다. 표정은 따스하되 위엄이 있고 힘이 있으되 부드러워, 보는 이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13세기에 지어진 독일 란다우 대성당의 기둥 받침대인데 조각가가 누구인지, 누구를 표상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교회를 상징하는 여인일 수도 있으며, 성모님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만, 어찌 되었든 부활 시기에 한 번 묵상해 볼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부활을 체험하는 이의 삶도 저런 것이 아닐까요? 부활하신 예수님은 여전히 제자들의 꽁무니를 쫓아다니십니다. 부활하신 후 모든 것들 훌훌털고 영광에 빛나는 모습으로 저 위에서 내려다 보시지 않고 두려움과 의문에 찬 제자들 앞에 예수님은 나타나십니다. 마지막 만찬 때 모신 예수님의 몸과 피도 잊고 하느님 나라 선포의 사명도 깨끗이 잊고, 생계를 꾸리겠노라 고기잡이에 나선 제자들, 여전히 헛고생만 하는 제자들을 위해 예수님은 숯불을 피우고 빵과 고기를 올려놓습니다. 허겁지겁 모여온 제자들 앞에 예수님의 표정은 어떠했을까요? 모르긴 해도 예수님의 모습은 살아 생전보다 이때부터 더 강렬하게 제자들의 마음 속에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두려움을 떨던 제자들은 성령을 받고 180도로 변하여 어떤 위협과 난관 앞에서도 예수님과 복음을 선포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됩니다. 그들의 마음 안에는 이 사랑에 찬 예수님의 모습과 그분의 생명이 펄펄 뛰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의 얼굴에도 그런 생명이 뛰고 있습니다. 온전한 죽음과 부활을 체험한 이의 얼굴입니다. 고단하고 거친 삶이 결코 손상시킬 수 없는 생명이 빚은 얼굴, 죽음과 부활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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