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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5일 성령강림대축일 (D+489)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산위의 마을의 성화와 성장을 청원하는 천일기도 489일째 봉헌합니다.
지난 2월 24일 새벽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3일 되었습니다.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아직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는 치열한 총성이 울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주님의 참 평화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22일 삼종기도 훈화 중에 주님께 평화의 영을 청하자고 하셨습니다. “평화는 성령, 곧 예수님의 영과 같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이며, 하느님 ‘평화의 힘’입니다.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평온으로 가득 채워주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령께서는 경직성을 풀어주시고 다른 이들을 공격하려는 유혹을 없애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옆집에 장애물이나 원수가 아니라 형제와 자매가 있음을 일깨워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용서할 힘, 다시 시작할 힘, 새롭게 떠날 힘을 주십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성령과 함께할 때 우리는 평화의 사람이 됩니다.”
찬미예수님!
성령강림절, 오순절이란 이름은 50을 뜻하는 ‘펜테코스테’에서 왔습니다. 그날은 부활 후 50일째입니다. 부활절은 성령강림절에서 완성됩니다. 부활절은 봄 축제, 성령강림절은 밀 수확 축제에 기원을 둡니다. 유다인들은 이 두 축제를 구원사적 사건으로 해석했습니다. 부활절은 이집트 탈출을, 성령강림절은 시나이 산에서 계명을 받은 것을 각각 기념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부활절은 예수 부활의 축제이고, 성령강림절은 성령이 오심을 기리는 축제입니다.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생산량 7위 국가입니다. 올해 우크라이나 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분의 1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농사가 걱정이 됩니다. 주님께서 단비를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청해야겠습니다.
우리는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강림 대축일까지 50일을 지나왔습니다. 전례력의 각 시기는 하느님께로 가는, 자기완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닦아가는 과정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림과 성탄 시기는 새로운 시작을 뜻하며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과 더불어 경축합니다. 사순시기는 내적 자유를 단련시키고 삶의 일부이기도 한 고통과 화해하는 시기입니다. 부활시기는 새 삶을 발전시킬 때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에서 시작하고 성령강림에서 완성됩니다. 이 시기에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으면서도 고통스런 체험이나 불만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기쁨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욕을 주는 생명의 원천입니다. 기쁨의 샘이 없는 삶은 권태롭습니다. 부활의 길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따르다보면,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 그리스도의 승천과 성령 파견의 신비를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적 자아완성의 신비 속으로도 인도될 것입니다. 사람됨의 길은, 일어서고 넘어지고 땅에 묻히고 다시 일어서고 떠나고 작별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며, 우리 안의 하늘과 내적 스승의 경험과 성령을 거쳐 지나가야 합니다. 성령은 우리 안에 쏟아져 내면의 삶을 꽃피우며 우리의 능력과 가능성을 발전시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성령을 성화하시는 분, 즉 만물을 새롭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시며 그 모든 것을 하느님 안에서 완성으로 이끄시는 분으로 이해해 왔고 또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부활하신 성자 그리스도께서 승천하시어 성부 하느님과 함께 자리하신 후, 온 세상을 하느님 나라의 완성으로 이끄시는 역할은 성령께 맡겨졌습니다.
우리 마음이 하느님께로 이끌린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의 본성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본성이라는 거대한 자석이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조그마한 하느님의 본성이라는 자성을 통해 우리를 당신께로 이끄는 것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하느님의 본성을 교회의 전통에서는 성령의 현존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창조된 모든 창조물 안에는 특히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신적 본성이 담겨 있어서 우리는 늘 하느님을 향해서 이끌리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믿는 이들의 마음과 교회 공동체에 함께 하시면서 생명의 원천이 되어 주시고, 그 현존으로서 교회 공동체를 거룩하게 해 주시며 성부께로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있어서 성령의 현존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선 성령께서는 우리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십니다. 성령은 하느님 구원 경륜에 따라서 모든 사물의 올바른 방향에 맞추어 우리를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우리 가운데 일치를 이루시고 이 일치를 바탕으로 우리 안에 공동체를 건설하시는 힘이시기도 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성령께서 교회 공동체를 일치로 이끌어 주시면서 맺어 주시는 열매를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라고 했습니다. 이런 열매들이 눈에 보이는 곳에 곧 성령이 계십니다. 그리고 성령에 의해 이런 열매들이 있는 곳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십니다.
많은 성서학자가 이 아홉 가지 열매가 예수 그리스도의 인품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갖추게 되면, 우리는 예수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닮았을 것입니다. 성화란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님을 닮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의 인품과 행동양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모두 거룩하게 될 것을 거듭 강조하십니다.
성령은 사랑과 이해와 인내, 호의와 진실을 통해서 일치시키고 건설하시는 힘이시면서 또 교회 내에 새로움과 창조의 힘도 되십니다.
성령은 끊임없이 샘솟는 생명수이십니다. 아주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두고 가장 단순한 해결을 찾아내게 하십니다.
새로움과 단순함에는 늘 성령, 하느님에게서 오는 사물의 표지가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성령은 위로하시는 분, 붙들어 주시는 분, 시련 중에 함께 계셔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련이 있습니다. 때때로 가까운 이들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하고, 너무 세속적으로 변한 세상에서, 우리가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살아간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나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닌 신앙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좌절하여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슬픔이 우리를 압도합니다.
그런데 성령께서는 슬퍼하고 근심하는 우리를 끊임없이 위로해 주십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대한 감각을 우리의 마음속에 넣어 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이 세계 안에 엄연히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에 대한 교회에 대한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이 엄연히 현존하고 있다는 진리를 거듭 일깨워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일하신 것처럼 똑같이 우리 안에서 일하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그분의 현존을 증거 하는 가장 궁극적인 표지는 그분의 삶을 닮는 모습입니다.
그분의 삶을 닮는다는 것은, 그분이 유혹을 당하면서도 하느님의 뜻에 충실히 응답하셨던 것처럼, 하느님 은총의 힘으로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여러 유혹을 견디면서 그분의 행동양식을 배우고 닮는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을 닮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산다는 것은 자기 삶의 직분, 그 역할에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살면서 그리스도를 닮아야 합니다. 지상에서 천국처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그리스도를 닮는 삶은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위해 헌신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성령은 우리도 언제나 자신을 벗어나, 이웃과 공동체를 향해서 우리 자신을 내어 주도록 초대하십니다.
성령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 삶의 각 영역에서 우리가 정의와 평화와 기쁨을 위해 헌신하도록 이끄십니다.
우리가 성령 안의 삶을 이루고자 하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성령께서 이끄시는 삶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속에 성령께서 머무실 자리를 내어 드려야 합니다.
함께 하는 이웃과 공동체 안에서 평화로우며, 서로 시기하지 않으며, 앙심을 품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입니다. 이런 마음의 결심이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의 사랑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도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에야 비로소 예수님의 삶과 행적을 또 가르침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의해서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올바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현존에 힘입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지향 그리고 우리의 삶과 행동이 예수님의 영에 의해서 이끌리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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