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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2일 (D+496)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주일 미사에서 사도신경을 바칩니다. 사도신경은 크게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믿음의 고백으로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사도신경을 통해 같은 신앙을 고백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삼위일체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며, 우리에게 신앙을 전해주고 그 품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와 일치를 이룹니다.
삼위일체는 하느님과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고백합니다. 우리가 어떤 의미로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는지 알려 줍니다. 하느님이 인류 역사 안에서 다양하고 은혜롭게 일하셨고, 지금도 일하신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아버지, 예수 그리스도, 성령 이렇게 세 분의 이름이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은혜롭고 다양하게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은 세 이름으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 삶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 배워서 하느님의 자녀로 삽니다. 또 하느님은 당신 숨결을 우리 안에 주셔서, 그 숨결로 우리가 당신의 참 자녀가 되어 살도록 하십니다. 삼위일체는 이렇게 밀접하게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말합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우리가 알아보는 하느님은 실제 하느님과 다르지 않고, 신앙인들 안에 숨결로 살아계신 성령도 실제 하느님이라는 것을 믿으며, 은총과 사랑과 친교의 원천이신 삼위일체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찬미예수님!
예수님의 죽음에 절망하여 흩어졌던 제자들은 그분께서 부활하여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각자 체험하면서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모여서 예수님께서 살아생전 하신 말씀과 행적을 함께 회상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예수님께서 평소에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시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사셨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과 더불어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하느님의 생명을 그들도 살아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예수님의 제자 된 도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도 그 자녀 됨에 참여하여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살자고 가르칩니다.
제자들은 그들 안에 일어난 변화를 하느님의 영이 하신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 변화는 그들이 예기치 못한 새로움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새로움이 하느님의 숨결이신 성령께서 그들 안에서 하신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성령께서 오시면, 예수님 안에 나타난 진리인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깨닫게 해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성령은 예수님에 관해 제자들을 깨우쳐 주시기에, 그들이 예수님을 새롭게 알게 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 안에서 깨닫는 일은 실제로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려 주신다는 말씀입니다. 성령께서 제자들 안에 하느님의 숨결을 살아있게 하여, 그들이 예수님 안에서 보았던 삶을 하느님의 것이라고 새롭게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창세기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模像)'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본성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본성은 '삼위일체'로 드러납니다. 곧 성부, 성자, 성령 사이의 풍요로운 나눔과 친교가 하느님의 본모습입니다. 이들 세 위격(位格)이 각각 서로에게 '너'(삼위) 이면서 '나'(일체) 라는 것이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서로 '너' 이면서 '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연대가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이 나눔, 친교, 사랑의 연대를 본성으로 하는 하느님의 모상을 인간이 지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너'를 필요로 하는 존재요, 너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인격의 완성에 이르는 길도 '더불어 함께'의 길입니다.
성령께서는 성자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성자 예수님께서는 성부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성부 하느님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성자 예수님의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성자 예수님으로부터 받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이처럼 삼위일체 하느님은 서로가 서로에게 종속되어 있고, 서로를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이것은 서로가 자기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높여 주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성령께서는 유일한 참 생명이신 하느님을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통해 사람들을, 곧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모든 사람들을 기뻐하십니다. 성령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서로를 위해 살고 서로를 위해 수고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도록 재촉하십니다. 성령은 사랑의 영이자 창조의 영이십니다. 우리는 공동체로 살아야 합니다. 기쁨과 사랑의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우리 가운데 공동체를 갖고자 하는 소원을 늘 품도록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사랑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상호존중과 상호배려를 통해서 말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늘 서로를 견제하고 경계하며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기다려주고 사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진정으로 믿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공동체 내부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핵, 곧 공동체의 정신이 활활 타올라 제물이 되어 최고조에 달하게 하십니다. 우리의 모든 능력과 모든 권리, 그 밖에 우리가 살면서 당연히 자격이 있다고 여겨 내세우곤 하는 모든 요구를 날마다 포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공동체로 살아야 합니다. 일치의 영이자 창조의 영이신 성령, 자연계를 일치로 부르시는 성령, 창조적 노동을 통해 하느님 안의 공동체가 생겨나게 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감화하시기 때문입니다.
부활체험은 하느님과 세상이 한데 어우러져 지상 것들 안에서도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삼위일체 하느님과 하나 됨을 뜻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부활하면 모든 대립이 하나 되고, 대립을 넘어 자신을 넘어 하느님과의 일치로 고양됩니다. 우리 안에서 반목하는 모든 것들이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됩니다. 부활은 자기됨의 완성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참된 자기가 됩니다.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지만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각각 독립된 위격을 갖고 계십니다. 그러면서도 셋은 하나이고, 하나는 또 셋입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동시에 셋이라는 공동체의 하느님이십니다. 이것은 그분의 본성이시기에 우리가 온전히 알아들을 수는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느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아름다운 분입니다. 질서와 조화와 일치가 하나로 어우러진 위대한 신비입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만나고 닮고자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신앙입니다.
성삼은 사랑이면서 무한하며 영원합니다. 그 이름 안에 우리 존재가 있고, 그 말씀 안에 우리 생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 안에 우리 목적이 있습니다. 성삼은 우리의 찬미가 필요치 않으나 우리의 흠숭은 그분께 영광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참 행복은 그분을 찾고 부르는 신앙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전능하신 천주 성부’이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만일 하느님이시기만 하면, 죄 많은 우리 인간은 하느님 앞에 감히 나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자비와 은총, 사랑과 진실이 가득하신 우리 아버지이십니다. 우리를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우리를 당신 것으로 삼으시고자 계약을 맺으신 하느님께서 참으로 우리 아버지이심을 구약은 증언합니다. 영원한 계약인 신약은 하느님의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음을 증언합니다.
우리는 하늘과 땅에 가득 찬 놀라운 하느님의 업적을 보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우리 죄 많은 인간 안에서 이루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업적을 보고 하느님의 전능을 고백합니다. 하느님은 아버지로서 당신의 전능을 당신 자녀인 인간을 통해서 드러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의 전능은 사랑으로 충만한 전능입니다. 그 전능은 성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그 무능과 어리석음을 통해서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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