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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5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D+438)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는 오랜 전통에 따라 미사를 거행하지 않고,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지는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합니다.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한 주님의 종께서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가셨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셨습니다. 영원한 구원의 근본이 되신 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십니다.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를 통해 주님의 고통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요한의 수난 복음은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수난하시는 예수님을 묘사합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요한18,36)
예수님께는 세상이 맘대로 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수난에 굴복하거나 부서지지 않고 수난의 길을 가실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약속을 알려주는데 우리 또한 질병, 불행, 삶의 실패 등으로 완전히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도 예수님처럼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그러기에 세상이 맘대로 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그분 사랑의 완성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십니다. 예수님은 기도하시면서 돌아가십니다. 이로써 삶의 환난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우리 아버지 하느님께 완전한 신뢰로 기도함으로써 환난을 견딜 수 있습니다. 기도 안에서 주님의 약속을 체험하게 됩니다. 죽음으로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을 당신 것으로 삼으시고, 그들에게 사랑인 당신의 영을 베풀어 주십니다. 그분은 돌아가시면서 당신의 영을 주십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말씀을 이렇게 하십니다.
"다 이루어졌다. 완성되었다."(요한19,30)
예수님은 이제 당신 사랑의 영을 모든 사람에게 주십니다. 이것은 "그분은 숨을 거두셨다."는 말씀으로 표현된다. 십자가에서 예수님은 자비로이 우리를 향하시고 당신의 영, 당신의 사랑과 능력을 우리에게 주신다.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 (요한19,34)
그리스도교 영성은 이 장면을 예수님의 열린 마음을 공경하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에서 그분의 사랑이 우리에게 흘러들어 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마음에서 새로 태어납니다. 하와가 아담에게서 나온 것처럼, 우리는 예수님의 열린 옆구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으로 새사람이 됩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요한19,37)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고 예수님의 열린 가슴을 바라봄으로써 변하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충만해집니다. 예수님 마음으로부터 하느님께서 친히 자비와 기도의 영을 우리에게 부어주십니다. 그분의 사랑은 인간의 고통에까지 이르러 그 고통을 내면에서부터 변화시키는 사랑입니다. 그 영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내맡기게 해주는 기도의 영입니다.
"보라, 십자 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모두 와서 경배하세."
모든 사람이 침묵하며 무릎을 꿇습니다. 십자가는 수난의 시간에 가려집니다. 초대교회에서 십자가는 고통을 겪으시는 그리스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승리의 상징이었습니다. 십자가는 많은 보석으로 장식되었습니다.
십자가는 구원자 그리스도가 달려있는 나무로서 사람들의 경배를 받으며 희망의 상징이 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이 변화될 수 있고, 우리를 좌절시키는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십자가는 가장 분명하게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며 하느님의 사랑을 완전하게 보여줍니다.
교회는 십자가를 향해 "거룩하시다"를 세 번 반복하여 노래합니다. 곧 "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신 용사이신 하느님", "거룩하시고 용사이시고 불사이신 하느님" 하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오래된 비탄의 노래를 부릅니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백성에게, 당신께 십자가를 마련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책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내 백성아,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 무엇으로 너를 근심하게 하였더냐? 대답해다오."
이어서 모든 사람은 개별적으로 십자가 앞에 나아가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거나 십자가에 입을 맞추면서 경배합니다. 십자가는 더 이상 고통의 도구가 아니라 구원의 표지로 변화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님의 십자가 경배하오며, 주님의 거룩하신 부활을 찬양하오니, 십자 나무 통해 온 세상에 기쁨이 왔나이다."
이 지상의 시간이 계속 되는 한,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십자가를 함께 지십니다. 죄악의 십자가, 허무와 무력의 십자가, 질병이라는 십자가를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지십니다. 오늘도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십자가를 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스스로 약해지시고 무력해지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그리고 우리 안에서 세상을 견디십니다. 세상을 견디심으로 세상을 이기고, 무력함 안에 숨어있는 힘을 완전히 이끌어 냈습니다.” (4세기 놀라의 주교 파울리누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지나간 옛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가 기억해야 합니다. 십자가 사건은 우리 안에서도 계속됩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질 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내가 지는 십자가, 아니 우리 모두의 십자가를 그리스도께서는 함께 져주십니다. 우리의 십자가 안에도 생명이 숨겨져 있습니다.
십자가에 하느님의 현존이 숨어 있고, 부활은 이를 환히 드러냅니다. 십자가에 하느님의 사랑이 감춰져 있고, 부활은 이를 영광스럽게 드러냅니다. 죽음 속에 이미 생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십자가를 집니다. 우리의 고통과 고뇌, 불안과 한계를 짊어집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허망한 실패에도 우리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십자가를 함께 져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십자가를 부활의 빛으로 밝혀주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십자가를 이제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성금요일의 어둠 위에 부활의 밝은 빛이 밝아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요한18,36)
이 말씀으로 질병, 절망, 최근에 겪은 상처 등을 이겨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상처, 날카로움, 불안, 나약함 한가운데에서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낄 것입니다. 곧 상처받는 모든 감정에서 비켜나 있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낄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구원에 대해 무언가를 깨달을 것입니다.
구원으로 우리가 받는 수난은 변합니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도, 고통이 닥치면 예수님께서 함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실 것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고통 때문에 우리는 굴복하거나 지배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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