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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7일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D+439)
찬미예수님! ☆ 착한 목자 예수님,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 주님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 세월호 8주기인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기억합니다. ☆ 참혹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주님의 참 평화가 함께 하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 힘겨웠던 코로나19도 정점을 지나 사그라지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 지난겨울 가뭄으로 산불이 유난히 심했는데, 단비가 자주 내려 산천초목이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가득하기를 빕니다. 파스카 성야의 모든 예식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거룩한 밤을 기념하여 교회 전례에서 가장 성대하게 거행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를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날을 기념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장엄한 전례로, 죽음을 이기고 참된 승리와 해방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세상의 모든 문제에 해답을 주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문제뿐만 아니라 온갖 선과 악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그분은 명쾌한 해답을 주셨습니다. 세상은 진정 죽음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악한 사람이 아무리 잘 먹고 세도 부리며 떵떵거린다 해도 부러워할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죽음 저편에는 다른 세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잘 모르겠지만,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모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 전 세계가 이 전쟁의 영향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희망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고 했습니다. 희망은 시련과 인내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합니다. 부활의 희망은 십자가의 고통에서 피어나는 꽃입니다. 부활의 희망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입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 인류는 죽음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죄의 결과가 죽음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는 누구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 안으로 들어가셔서는 죽음의 휘장을 걷어 내시고 보니 그 뒤에는 하느님의 나라가 있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나라가 보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통과하는 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인류에게는 참으로 큰 축복이 주어졌습니다. 인류는 이제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되었고 영원한 삶의 길이 열렸던 것입니다.
세상은 참으로 예수님 때문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아담의 범죄로 인해 망가지고 부서지고 파괴되었던 모든 요소들이 이제 제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땅은 축복받은 땅으로 변화되었으며 심지어는 고난도 죽음도 다 은혜요 축복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세상을 건져 주셨습니다. 새 세상을 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가 그 열쇠였습니다. 부활이 그 해답이었습니다.
십자가는 본래 저주였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자는 저주받은 자다.”(신명 21,23; 갈라3,13)라고 성경에서는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후로는 십자가는 더 이상 저주가 아닙니다. 지금도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십자가는 부끄러움이요 저주이지만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십자가는 진정 하느님의 힘이요 은혜입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부활은 이미 과거에 끝나버린 사건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후, 이제는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시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영광스럽게 부활하지 않았으니, 부활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부활은 예수님께만 일어난 부활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죽음을 받아들이시고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부활입니다. 우리를 위해 일어난 부활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1코린15,22)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의 부활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모든 형제자매들이 다 함께 하느님의 영광 안에 들 때, 바로 그 때 예수님의 부활은 완성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이 밤,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이 밤에,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하게 될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라 부활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과 우리의 부활은 끊어지지 않는 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님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으십니다. 특히 우리 삶에 어둠이 찾아올 때는 더욱더 강한 힘으로 붙들어 주십니다. 우리만 그 끈을 놓지 않는다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영광 안에 당신 자신만을 위해 홀로 머무시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함께 그 목적지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따라 함께 부활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온 피조물과 관련된 총체적이고 보편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죽음은 마지막 말이 아닙니다. 증오와 고통, 실패와 절망, 코로나19와 전쟁도 우리에게 마지막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성부의 영광 안에서 누리는 새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누리는 충만한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 안에서 누리는 충만한 삶을 향해 있습니다. 부활로 드러난 이 충만한 삶을 드러내기 위해, 우리는 부활 성야 미사 때 많은 독서를 봉독하며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기념합니다. 이 충만한 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우리는 빛의 예식과 세례예식을 거행합니다. 하느님께 찬양과 기도를 드리며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현재화합니다. 세상 창조 때부터 행하신 하느님의 모든 구원 행위는 바로 이 부활을 향해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사업은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영광 안에서 누릴 새로운 생명, 어느 누구도 앗아가지 못할 영광스러운 생명을 얻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삼위이신 하느님과 하나 되고, 서로서로 하나가 되어 일치를 이룰 때 하느님의 여정은 완성됩니다.
그리스도께서 앞서가시고,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부활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부활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고,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세례의 의미를 일상에서 실현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입니다. 하느님 없이 살 수 있다는 착각, 이웃을 짓밟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망상을 버릴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입니다. 폭력과 거짓의 노예, 악한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랑의 봉사를 기꺼이 행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을 때, 우리는 죽음과 허무가 지배하던 암흑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이는 생명을 얻고 참된 희망을 얻습니다. 그 참된 희망 안에서 약속된 미래가 조용히 밝아 옵니다. 부활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부활은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일만은 아닙니다. 부활은 이미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입니다. 죄에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의 삶을 사는 순간에 우리의 부활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앙겔루스 실레시우스가 성탄과 관련해서 했던 말을 부활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절에 천 번을 부활하셔도 정작 당신 안에 부활하시지 않는다면, 당신은 영원히 길을 잃고 헤맬 뿐입니다.”
부활을 제대로 기념하려면, 예수님의 부활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새로운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복음이 우리에게 전해 준 새로운 삶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우리가 서로 화해하고 평화의 길을 걸을 때, 어리석은 욕망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아나갈 때 부활은 시작됩니다. 진리의 삶을 살고 사랑을 실현해나가는 바로 그곳에서 주님 부활의 빛은 우리 안으로 비춰 듭니다. 주님 부활의 빛은 우리를 통해 세상 완성의 날까지 퍼져갑니다. 세상 완성의 날, 그리스도의 모든 지체가 하느님의 영광 안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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