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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4일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주일 (D+447)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4월 30일 ‘하느님 자비의 사도’로 널리 알려진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1905~1938)를 시성하면서 하느님 자비를 특별히 기릴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이에 교회는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마리아 파우스티나 수녀를 새천년기 첫 성인으로 선포한 것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자비 메시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을 던져주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올해 들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보고 들으며 하느님의 자비를 간절히 청했습니다. 전투원뿐만이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공격과 여러 가지 반인륜적 행위들은 우리를 너무나도 슬프게 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왜 이런 전쟁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나날이 증가하는 생명의 위협들, 살인, 집단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은 인간 생명에 대한 많은 범죄들이 넘쳐나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오늘날의 상황은 하느님 자비를 당연히 요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가 자비로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2년 8월 17일 한 강론에서 “파우스티나 성녀의 말씀처럼 사람들이 하느님 자비하심에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인류는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길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는 말을 자주 되풀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수많은 죄악과 부도덕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전능하신 사랑에 자신을 전적으로 의탁하겠다는 이 고백과 결단은 우리 시대에 특별히 필요합니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일기에서 “하느님 자비를 얻기 위해선 하느님께서 자신의 죄와 벌을 완전히 용서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말과 행동, 기도를 통해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이웃에게 자비를 보여야 하고 자비를 피하거나 변명해서는 안 된다”는 하느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메시지에는 “첫째는 행동, 둘째는 말, 셋째는 기도로 자비를 베풀어야 하며 아무리 돈독한 신앙을 가져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우스티나 수녀 시성식에서 1,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을 겪은 20세기의 흐름 속에서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들과 수많은 사람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또 참상을 증언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자비의 메시지가 우리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말로 하느님 자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촉구했습니다.
“파우스티나 성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주님 부활 대축일의 복음을 보다 심도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빛을 주는 은사이며 하느님 자비의 메시지는 우리 시대 모든 사람에게 큰 빛으로 드러난다”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찬미예수님! 토마사도는 복음의 여러 구절에서 보면,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게쎄마니 동산에서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달아나 버렸습니다. 토마사도의 성격으로 보아서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난 자신이 몹시 부끄럽고 죄책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또 다락방에 숨어 있는 제자들도 보기 싫어서 혼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토마사도가 없던 그 자리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것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믿음을 특히 토마의 믿음과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토마 사도가 제자 공동체와 함께 있지 않았던 것은 공동체에 몹시 실망한 것일 수 있습니다. 10명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나 뵈었다고 하는데도, 토마사도는 이것을 믿지 않습니다. 공동체를 믿지 않은 것입니다.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깊은 불신, 갈등 등으로 문제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믿는 것만큼 행복합니다. 믿지 못하면 그만큼 불행하게 됩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않고, 기도를 하면서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어떨 때 보면 우리에게는 믿음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앙은 한마디로 부활의 삶입니다. 토마사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뵙고 마음 안에 있던 상처 그리고 공동체와의 갈등, 불신, 매듭 등이 풀리면서 신앙을 고백하게 됩니다.
토마사도처럼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게 되면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부활은 결코 눈으로 보고 믿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의 눈을 뜰 수 있다면 그것은 부활의 체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주일에 하셨던 강론 중에서 몇 가지를 인용합니다.
사랑에 빠지기 위해 상처를 만질 것 “상처를 통해, 오늘 하느님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는 자비가 그분의 다른 속성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분 심장의 박동이라는 점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토마스 사도처럼, 우리는 더 이상 확신이 없는 제자들처럼 살아서는 안 됩니다. 신심은 있지만 우유부단한 제자로 살아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 또한 주님의 참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돼야 합니다!”
참된 사랑을 찾기 위한 용서 “어떻게 이 사랑을 맛볼 수 있고, 어떻게 오늘 예수님의 자비를 손으로 만질 수 있습니까?”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죄의 용서 안에서, 그리고 용서하시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맡김으로써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닫힌 문을 방어하려는 태도와 고해성사를 꺼려하는 것을 극복하면서”가능해 집니다. 부끄러움은 바로 “만남의 첫걸음”이 됩니다.
“부끄러움은 악에 이기기 위해 주님을 필요로 하는 영혼의 내밀한 초대입니다. 아무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가 더 극적인 상황입니다. 우리는 부끄러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끄러움에서 용서로 넘어갑시다! 부끄러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체념으로 닫힌 문 또한 늘 같은 죄를 되풀이하는 것이나 계속 죄에 빠지는 데서 생겨나는 체념이 있습니다. 교황님은 거듭 죄를 범하는 재범 상태에 있더라도, “자비를 청하는 재범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용서의 성사(고해성사)는 우리가 이전에 그랬던 것과 같은 상태로 두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회복되고, 용기를 내도록 해주며, 우리로 하여금 매번 더 사랑 받았음을 느끼게 해주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우리가 다시 죄에 빠질 때, 우리는 이전에 비해 더 큰 고통을 겪습니다. 우리를 죄로부터 천천히 멀어지게 만드는 유익한 고통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힘은 하느님의 용서를 받는 것이고, 용서하고 용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고해성사를 할 것 교황님은 우리가 범하는 죄로 무장된 문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반면에 주님께서는 잠긴 틈새로 들어가기를 좋아하십니다. 바로 거기서 놀라움이 펼쳐집니다.
“그분께서는 결코 우리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을 바깥에 버려두는 사람은 오히려 우리들입니다. 사실 우리가 고해성사를 할 때 전례 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주님께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바로 그 죄가, 바로 그분을 만나는 장소가 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거기서, 사랑에 상처를 입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상처를 만나러 오십니다.”
“그러므로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께, 토마스 사도처럼, ‘그분의 용서 안에서 우리의 기쁨을, 그분의 자비 안에서 우리의 희망을 찾는’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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