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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일 부활 제3주일(D+454)
오늘은 부활 제3주일입니다. 해마다 5월 첫 주일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죽음의 문화’의 위험성을 깨우치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되새기는 ‘생명주일’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참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이 하루빨리 멈추어져서 소중한 생명들이 보호받기를 자비로우신 주님께 간절히 청합니다.
작년 3월 19일에 시작되었던 ‘사랑의 기쁨 가정의 해’가 올해 제10차 세계 가정대회(6월 22일~26일)에 폐막된다고 합니다. 모든 가정 공동체의 성화와 세계 평화를 위한 지향으로 가정의 달이 시작되는 5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매일 미사 때마다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제자들에게 부활한 예수님께서 발현하신 이야기입니다. 초기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그런 발현의 이야기들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실망하여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숨어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여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시다는 사실을 각자 체험하면서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습니다. 1독서 사도행전이 알려주는 제자들의 모습은 이제 전혀 다릅니다. 그들은 성전 경비대장과 수석사제들 앞에서도 돌아가신 예수님이 살아 계신다고 증언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고 말하면서 유다교 당국으로부터 박해당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1독서에서 “사도들은 그 이름을 위해서 모욕을 당할 만한 자격이 있게 된 것을 기뻐하면서 최고 의회 앞에서 물러나왔다.”라고 했습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부활 체험이 없었더라면 제자들은 그런 역경에서 복음을 선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제자들은 이상하게도 부활하신 부님의 현존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부활하신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었건만 예수님의 존재를 벌써 잊어버린 듯합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따르기 위해 버렸던 그물을 다시 잡게 됩니다. 3년 동안 자신들을 열광시켰던 예수님의 놀라우신 업적들과 말씀들을 잊어버린 듯합니다.
사실 우리도 처음 부르심을 받았을 때, 세례를 받고 난 뒤에 예수님의 가르침과 말씀을 팽개치고 어두운 과거로 되돌아 갈 때가 많습니다. 육적인 것에 매달리고 세상 걱정에만 매여서 삶의 보람과 가치는 내던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하지 못하면 신앙도, 인생도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1독서의 사도들은 놀라운 증거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유다인들이 사도들을 잡아다가 옥에 가두며 매를 때려도 악착같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대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얻어맞고 박해받는 것을 오히려 특권으로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놀라운 변화입니다.
유다인들이 무서워 겁에 떨며 도망가 숨어 지내던 제자들, 부활을 믿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어리석은 제자들이 오늘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또 유다인들이 아무리 때리고 박해해도 자기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놀라운 지혜와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요?
우리들도 달라지고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1독서의 사도들처럼 우리도 우리 삶 안에 주님을 모시고 그분의 현존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변화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부활은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제자들이 밤새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 말씀을 따랐더니 많은 고기를 잡았다고 전합니다.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사실, 고기잡이에 있어서는 아주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수 일밖에 모르시던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지라’는 말씀의 의미를 묵상해 봅니다. 그것은 다만 방향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뜻대로가 아니라 바로 주님 뜻대로 그물질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신앙의 은혜를 얻는 비결이며 또 인생을 슬기롭게 사는 지혜입니다.
신앙은 내 고집과 내 성질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뜻대로 그물질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말씀대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주님 뜻대로 그물을 던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우리가 참으로 믿는다면 그분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삶이요 부활의 삶입니다.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아침 식사를 통해 우리의 성찬례를 바라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밤새도록 헛일하고 배에서 내린 제자들은, 암담한 삶에서 겨우 빠져 나오는 우리 자신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그 어둔 밤에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돌며 얼마나 험한 파도와 물살에 휩쓸려 다녔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성찬례마다 호숫가 저편에서 우리 가운데로 오십니다. 그분이 우리 삶의 암울한 허무를 친밀과 사랑의 기운으로 바꾸어 놓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 친히 모든 성찬례 때마다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분이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우리는 처절한 허기를 달래려 하늘의 빵을 먹으니, 이는 생명의 빵, 우리 모두 그토록 갈망하는 생명력으로 우리를 충만케 하는 생명의 빵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피에서 우리를 영원케 하는 불멸의 생명수를 마십니다. 예수님께서 오시어 우리와 함께 식사하시면, 우리 삶이 변화 되고 우리에게도 부활이 이루어집니다. 성찬례는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생명의 음식을 주시는 것입니다.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티베리아스 호숫가 아침 식사의 친밀하고 사랑스런 분위기를 그려 봅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영원의 호숫가에서 우리 공동체로 들어오시어 실망과 슬픔에 찬 얼굴들을 사랑스레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빵과 사랑의 포도주를 건네십니다. 이 모두가 참생명, 하느님의 생명으로 이르는 밝음과 위로와 일어남이, 부활이 우리에게도 이루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주님, 제 마음을 꿰뚫어 보시지요. 당신은 내 사랑 안에 얼마나 많은 이기주의와 계산과 소유욕과 질투가 득실거리는지 아십니다. 그래도 당신은 내 사랑에 아주 순수한 면이 조금은 있다는 것도 아십니다. 마음 깊이 당신을 그리며, 당신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어 함을, 내 안에 적어도 이런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당신은 알고 계십니다.”
베드로사도를 세 번이나 불안하게 했던 예수님의 질문을 우리에게도 던져 보십시오. 우리 사랑의 계산적이고 순수하지 못한 것일랑 모두 하느님 앞에 내보이십시오. 그러나 우리 안에 순수한 사랑도 있고, 진실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어 하며, 하느님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려는 갈망이 우리 안에 있음을 신뢰하십시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자주 느끼지 못할지라도, 순수한 사랑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 안에는 적어도, 삶을 참으로 가치 있게 만드는 이 사랑에 대한 예감과 진정한 갈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갈망을 신뢰하고 우리의 사랑을 믿으면 우리는 오늘 부활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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