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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오늘은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우리도 성지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했습니다.
또, 주님의 수난 복음을 들으며, 수난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다가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파스카 신비에 경건하게 동참해야겠습니다.
산 위의 마을 성화와 성장을 청원하는 1000일 기도 426일째 봉헌합니다.
찬미예수님!
우리가 살아가면서 언제나 한결같이 신의를 지키면 좋겠지만, 연약한 우리는 늘 유혹에 빠지고 변하기 마련입니다. 자기 욕심에 휘둘리고, 거짓 뉴스나 소문에 휘둘리는 ‘갈대’와 같은 우리들의 모습을 자주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 전례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기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대하는 두 가지 마음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지가지는 승리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 때 백성들이 승리의 상징으로 종려나무 혹은 올리브나무 가지로 예수님이 가시는 길바닥에 깔았던 일에서 연유됩니다. 백성들은 ‘호산나’하면서 왕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열렬하게 환영했으며, 많은 이가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면서 예수님의 처형을 지지합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어 주님을 배반합니다.
오늘 우리가 받은 성지가지를 바라보며, 우리도 예수님을 열렬히 환영하고 환호했음을 기억합시다. 또 십자가 뒤편에서 색이 바래져 가듯이 우리 마음도 냉랭하게 식어가거나, 작은 불편이나 이익 앞에서 예수님은 안중에도 없이 배반하는 모습을 보일 때 우리의 마음을 반성해 봅시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외치신 이 말씀은 우리도 살아가면서 자주 반복하는 아픔의 절규입니다. 어려운 시련에 부딪힐 때마다, 눈물과 슬픔이 엄습해 올 때마다, 그리고 캄캄한 절망이 우리를 뒤덮을 때마다 우리는 하느님을 원망하고 세상을 미워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 때문에 빛나는 새벽을 만나게 됩니다.
하느님의 영광이 지상의 현실에서는 불행과 비극으로 보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신앙 안에서 축복과 은총은 눈물과 슬픔과 늘 연관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지 결코 하느님이 우리를 버리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생각과는 다릅니다.
우리들은 세상의 부귀와 영광만이 축복이요 은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세상의 불행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십자가를 내 던지고 골고타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타에 올라가서 그 위에 못 박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참으로 무력했습니다. 당신이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라고 사람들이 조롱했지만, 주님은 내려오지 않으셨습니다.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까지도 십자가에서 내려온다면 예수님을 믿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분은 내려오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행적이나 기적으로 보아, 그분이 구름을 타고 천상의 군대를 이끌고 오실 줄 알았으나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실망했으며 예수님께서 힘없이 일찍 돌아가시자 제자들까지도 도망쳤습니다. 도대체 자기들이 그토록 믿고 따랐던 주님이 나무에 매달렸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었을 뿐입니다.
신명기 22장 23절에 “나무에 매달린 사람은 하느님의 저주를 받은 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골고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참혹한 광경 앞에서 사람들은 넋을 잃었을 것입니다. 아버지 하느님도 침묵만 지키십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십자가에 매달리도록 그냥 두셨으며 처참한 고통과 죽음 속에서 신음하는 아들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능력과 힘도 세상에 너무 무기력하게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예수님을 죽음에서 건져주지 못했습니다. 안타까운 십자가의 길에서 그분을 빼내 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은 허망하게 끝장이 났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예수님의 인생은 끝장이 났으며, 삶은 실패로 돌아갔고 예수님의 전도 사업은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세상은 철저하게 그분을 버렸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 새벽은 어느덧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죽음을 박차고 일어나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 부활의 새 생명은 허무와 절망 속에서 나타났음을 기억합시다. 자기를 포기하는 죽음과 고난 속에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은 예수님처럼 자신의 몸을 온전히 십자가에 매달았을 때, 고통 받는 아픔 속에 절망밖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고통을 십자가에 매달 때에 부활의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가 고통을 피해서 도망간다면, 우리 인생은 굉장히 고달플 것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면 생각보다 가볍고 또 그 위에서 은혜가 주어집니다. 반대로 만일 그것을 계속 거부하여 불평만 한다면 평생 징징거리며 불행하게 됩니다.
참된 축복은 십자가의 아픔을 통하지 않고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마치 실과 바늘처럼,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십자가의 고통과 부활의 기쁨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한 주간을 보내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이룩하신 하느님의 구원 신비를 특별히 기념합니다. 우리 자신과 온 세계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특별히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심각한 기후변화를 가져온 우리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또 주님의 평화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들을 위해서 마음을 모아 기도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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