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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쫓기에 저는 허덕입니다. 주방 바닥이 너무 어지러워 닦다가 이렇게 내리 달리면 안될거 같아 글을 쓰는 걸로 묵상하려합니다. 묵주기도 시간이나 마음은 부엌에 있으므로 있다가 9일기도 하는 것으로 대신 하렵니다.
저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천주교 신자를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묵주기도를 하시는데 그때 저희 집엔 십자가 달랑 하나 있을뿐 성모상은 모셔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벽보고 앉아 함께 묵주기도를 했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는 집에서 치러졌습니다. 할머니께서 살아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집에는 공항동 본당 신자분들이 많이 오셨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교적만 그곳이지 모두 나가지 않았고 할머니는 다른 본당이셨지요. 기도해주러 오시는 분들이 레지오 단원분들이라는 말씀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가 초등5학년 여름의 막바지였으니까 ..저는 엄마 손을 잡고 성당에 다시 다니기 시작했고(초 1학년때 잠깐 다녔었음) 가을에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다예의 첫영성체를 하며 제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이정훈 신부님의 글에 답글을 써야 겠다는 마음을 그때 가졌었습니다. 저의 첫 기도는 아버지의 천국행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이 그때 강렬했었기에 그 기도는 결국 모든 이가 천국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 컸죠. 다시는 내 죽음보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었으니까....지금은 천국을 생각하면 그저 잘 살고 죽어야지 그렇습니다.
초등 6년이 거의 갈 무렵 할머니와 함께 새벽미사를 갔닫온 동생 왈 "우리 본당에 진짜 잘생긴 신부님이 오셨어. 정말 좋아" 동생은 그 후론 어린이 미사가 만화시간과 겹쳐도 주일학교에 잘 나갔었고 저희 본당은 주일학교와 청년부는 최고의 정점을 찍었었습니다. 그때 고2들이 레지오를 잘 하고 있었고 중 1인 저는 성가대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중2까지 성가대를 했었는데 레지오를 하고 있는 중이라 성가대까지 하기엔 제 역량이 부족했었습니다. 성가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발표회 준비가 어려웠고. 조용한 성격의 저에겐 레지오가 딱이었고 아버지 장례때 그분들을 생각하며 레지오 소개하는 선배들을 보고 아무 망설임없이 레지오를 했습니다. 고2들이 나가자 남은 건 저와 제 친구 달랑 둘, 단장과 부단장은 성인이었습니다. 매주 빠짐없이 훈화해 주시러 오시는 신부님 안쓰러워 한 말씀 하셨지요 "광현아, 레지오 계속 해도 괜찮겠냐?" 둘밖에 없으니 없애야 하지 않겠냐는 말씀이었는데 조용한 저는 그저 ......"광현아 너는 커서 뭐가 될래?"...마음속 대답"특수교사요" 성당에 나오고 싶은 마음은 몇 %나 되니? 역시 마음속 대답"99.9999...%요. 미사 시간에 신부님은 복음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셨었습니다. 저는 첫 영성체때 사도신경은 맴맴 돌면서 -단어들이 어려워 입에 붙지 않아-제대로 외우지 못했고 성경책은 두껍고 글씨는 작고 쳐다도 보지 않았고 그래서 복음을 들어도 단어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신부님이 물어보면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성가대석에 있었으니 "모르겠어요"라고 작게 대답하는 것이 신부님께 들릴리가 없습니다. 뭐라고 대답했는데 안들리네....어쨌든 저는 몰라도 상처를 받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이 그저 웃어주셨거든요. 오히려 질문해서 미안해하신적도 있으니 제 속대답은 "아니요. 신부님이 제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계셔서 제 세레명 한번 불러주셔서 전 그걸로 좋았어요" 저는 누구의 질문에 손들고 :저요, 저요"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대체로 학생들이 그랬지만 알고도 손 드는게 쑥스럽고 확고한 꿈이 있어도 말도 못하는 아이였으니까요. 첫영성체때 신부님은 어느날 갑자기 나온 아이의 이름은 관심이 없으셨지만 이정훈 신부님은 "도로테아야 잘가"하고 당당히 제 세례명을 말해주셨는데 그래도 비슷은 해서 저의 추억이 되었고 감사했지요. 중고등부때는 안그랬는데 청년부활동하니 누구의 아들, 딸 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신부님이 기억하시는데 저는 그 수식어가 없다보니 가뜩이나 조용한 아이 신부님 눈 밖의 신자였어요. 전례단을 했으니 신부님이 얼굴은 기억하셨지만 세례명을 기억하거나 먼저 아는체 해주시는 경우는 없었고요. 공항동 본당은 방화3동 본당으로 나눠질 정도로 신자수가 많았어요. 제대와 신자석의 거리만큼 신부님과 저와의 거리가 그랬고 예수님과의 거리도 이정훈 신부님이 계실 때 만큼 가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만난 것이 예수살이이고 신부님이 코앞에서 미사를 드리시니 궁금한게 많았던 제게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었어요. 성경책은 저와 가깝지 않았어요. 매일미사 책에서 매일 성경을 읽을 뿐 전례단 4~5년 하면서 열심한 신자 치곤 너무 무식한 신자였지요. 첫영성체를 여기서 한 다예는 정말 훌륭한 신자입니다. 그런 제게 성서필사를 (마르코 짧은 거였지만) 하도록 이끌어 주신 분이었고, 고린토 13장을 알려주신 분이었습니다. 주일학교 교리 열심히 했지만 스스로 그걸 찾게 해주었던 신부님의 교리가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교리였던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예수살이에서 서로 만날 수 있었나봅니다. 모든 이에게 친절하신 분이지만 제겐 예수님이 이렇게 다가왔을 거란 생각을 하게 해주신 분입니다. 첫 영성체 후 만난, 세례명을 처음으로 불러준 신부님(저는 기억하기에 그렇습니다. 유아세례는 기억도 안나고),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봐준 신부님, 몇년이 흘렀어도 저를 기억해 주셨으니 신부님을 짝사랑했던 제 친구가 무척 부러워할 일입니다. 저는 신부님이 정말 좋았지만 교리 선생님이 더 좋았었어요. 경쟁자가 너무 많고 이미 신부님이 되신 분이었으니까요. ㅋㅋ 제가 남편 김정훈을 만난건 우연치고는 정말 놀랍습니다. 저는 남편이름에서 신부님을 생각해 본적은 없었어요. 어느날 그게 다가오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광현아 수녀님 되어보지 않을래?" 신부님이 처음 물었고 그 후로 몇 수녀님이 성소모임을 추천해주셔서 가보았지만 성소에 대한 끌림은 없었는데 저는 산위의 마을에 와서 그 성소가 이렇게 실현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작년 피정때 그 사실을 깨달았고 제 삶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작년 신부님의 글 덕분에 그것이 더욱 다가왔고요. 제 삶에 있어서 하느님의 부르심이 언제 있었는가.....왜 산위의 마을에 살고 싶은가......
아직도 성경 90%만-좀 높였습니다.^^- 읽은 안타까운 신자지만 그래서 99.999999%를 위해 아니 죽는 순간 100%를 목표로 하기에 여기 있습니다. 다예의 교리 스승이 산위의 마을이라면 그 나이의 저는 당당히 이정훈 신부님이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속으로만 늘 말씀 드렸고 편지한장 못 드렸었지만(당시 주일학교때 편지쓰기가 취미였던 저는 신부님께도 꽤 많은 편지를 썼었지만 무슨 연애편지도 아닌데 드리지 못했네요..부끄러워서....좋아한다는 티를 내면 안될거 같아서....민폐잖아요....지금은 이미 한 남자의 여자요, 아이 엄마니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주님께 찬미드리고 제 삶을 이끌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족같은 예수살이에 청년들이 득실거리길 빌며, 예수살이 대표로 어려운 자리를 기꺼이 해주고 계신 이정훈 끌레멘스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저 같은 신자가 있으시니 보람도 있으실 겁니다. 저는 언제나 신부님의 왕팬으로 산위의 마을을 지키겠습니다. 예수살이가 산위의 마을이기도 한데 일산 민들레가 아니라 여기있는건 예수님의 왕왕팬으로서 , 똑같은 말씀이지만 언제나 옳으시다고 생각되는 신부님이 여기 있어서 여기 있네요.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이 걱정되시고 늘 기도해 주시는 신부님이 계시기에 아직 있습니다. 바램은 많이 있고 싶고요. 지금은 중2 모습의 광현이는 없지만 그때 못 드린 편지를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테오도라가 이 글을 쓰며 생각합니다. 이제 그 편지 그만 없애도 되겠다. 제 사랑 대철이가 그만 쓰라고 건드리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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