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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헨리 조지의 [노동의 빈곤과 토지정의] (펌글)
이 책(The Condition of Labor, an Letter to Pope Leo13)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사회개혁론자인 헨지 조지가 1891년 교황 레오13세가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발표하자 그 내용을 반박하면서 교황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발간한 것이다.
헨리 조지는 이 책 1부에서 자신을 포함한 토지단일세론자들의 주장을 요약한 다음 2부에서 교황의 회칙이 주장하는 토지사유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반론을 제시하고, 3, 4부에선 사회주의 운동과 교황의 회칙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5부에선 토지사유제 철폐가 기독교의 명령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1부에서 헨리 조지는 정당한 소유권을 하느님의 법에 의해서 추론한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물질적 욕구를 갖는다.
하느님 인간에게 노동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인간은 자신의 노력을 활용하여 물질적 욕구를 충족함은 당연하다. 개인의 노동으로 인한 생산물은 개인의 것이니 생산물의 소유권은 정당하다. 반면 노동의 능력의 원료가 되는 토지는 공기와 햇빛, 물처럼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물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재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땅을 경작하고 노동을 장기적인 일에 투입하면서 노동 생산물에 대한 정당한 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 투입대상인 토지의 사적으로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토지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창조물인 토지에 대해서도 사적 소유권을 인정하게 되면 토지를 사용하는 다른 사람의 노동의 산물 중 일부를 토지소유자에게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에 의한 정당한 재산을 그만큼 강제로 빼앗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21쪽이하).
그는 산업에 대해서 과세하는 것은 사람이 정직하게 노동해서 얻은 산물에 대한 정당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철폐하고, 대신 토지에 대해서만 과세해야 하고 이 세액으로 모든 공공수입 소요액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부에서 핸리 조지는 토지사유제를 주로 윤리적 관점에서 비판한다. 그가 추진하는 개혁이 유익하고 영향력을 가지려면 단순한 '합리적 사익'이 아닌 종교적 양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6). 이런 관점에서 교황이 <회칙>에서 토지사유제를 성경적이고 도덕적이며 이성적이라고 옹호한 것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중 몇 개만 열거해보자.
우선 그는 모든 사유재산권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한 교황의 견해에 대해서 헨리 조지는 그것을 노동생산물이 아닌 토지에 대해서도 사유재산권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한다. 현존하는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 근친혼 같은 ) 모든 결혼이 다 하나님의 법에 부합하는게 아니듯, 국가가 인정하는 사유재산 중에서 폭력과 강탈, 그리고 노예제 등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것들도 있음으로 모든 사유재산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한다 (39쪽 이하).
토지 사유제가 인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인정되었다는 교황의 주장에 대해서도 헨리 조지는 인류 역사 초기엔 평등한 토지권을 인정하고, 개인별로 배타적으로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부여한 이후에도 – 구약의 희년제도처럼-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을 마련해 왔음을 지적한다.
반면 토지 사유제는 역사적으로 보아 로마제국으로 부터 비롯된 강압이나 폭력에 의해 확립된 제도라고 한다. 특히 구약에선 토지 소유가 땅은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아주 팔아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50년마다 원소유주에게 환원하는 희년 규정에 의해 제약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55이하).
자녀 부양을 위해 토지사유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헨리 조지는 토지를 자녀에게 물려 줄 수 있는 형편에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다수는 부모에게 물려받는 토지가 없어서 기아와 빈궁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자녀에 대해 가장이 해줄 수 있는 의무는 오히려 자녀가 성장하여 건전한 신체, 성숙한 정신, 덕성 있는 습관, 효심, 근면을 갖추도록 가장이 모범을 보이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가르치는데 있는데 토지를 자녀에게 상속해주는 경우 상속에 대한 기대를 낳아 오히려 노동에 대한 의무를 등한시하고, 효심을 파괴하고 가족 간의 불화와 시기를 초래하는 등 오히려 자녀에게 독이 된다고 한다 (61이하).
토지사유제는 애향심과 애국심을 기른다는 교황의 주장에 대해서 헨리 조지는 모두가 주거용 또는 생산용 토지를 매입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어야 애향심과 애국심이 생기지 토지가 없어 생존의 불안을 느끼는 경우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생각이 생길 수 없다고 한다 (64쪽이하)
이렇게 <회칙>에서 표방한 토지사유제 옹호론을 비판한 후 3부에서 헨리조지는 자신을 비롯한 토지단일세론자들과 사회주의자들과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헨리 조지가 사회주의자로 오해된 것에는 교황과 달리 토지사유제를 철폐하려고 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는데, 헨리 조지는 토지사유제의 철폐가 노동에 의한 진정한 재산권을 완전히 보장한다는 점에서 모든 재산을 공동의 것으로 하자는 사회주의자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자신들은 자본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며 노동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하며 이자 역시 정당하다고 한다. 부의 축적이나 경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며 부자가 빈자에 비해 추가적으로 부담을 져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토지단일세론자들은 경제의 불평등의 뿌리가 자본이 아니라, 토지 독점에서 온 것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 및 양극화의 원인을 자본에 의한 노동 착취로 본 사회주의자들 –그리고 <회칙>-이 제시하는 해결책들이 피상적이라고 말한다.
우선 국가가 개입해서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강제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자들 및 <회칙>의 주장에 대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가부장적 기능이 약할 수 밖에 없는데다가, 노동자들이 착취를 무릅쓰고 자본에 종속되는 이유는 그들이 스스로 자가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터전인 토지가 독점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토지사유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농민들이 토지를 소유하도록 하는 정책도, 기술의 발달로 토지집중을 초래하게 되면 또다시 소수의 손에 토지가 집중되는 일을 초래한다고 한다. 그리고 노동자 단체를 결성하여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높여 그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도 일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다른 노동자들의 형편을 악화시킨다고 해서 반대한다.
왜냐하면 토지사유제라는 제약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받는 전체적인 압력을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편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은 다른 노동자들의 처지를 압박하는 것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91쪽 이하)
나는 이 책을 읽고 먼저 헨리 조지가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보다 더 철저히 성경적이며 도덕적인 원칙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황이 <회칙>에서 토지의 최선 이용에 필요한 조치를 인간의 법으로 제정할 수 있다고 하여 기존의 국가의 법률 등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반면, 헨리 조지는 이러한 인간의 법들이 '하느님께서 모두에게 베푸신 세상의 이익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도덕법칙에 부합하여야 한다고 한다 (22쪽). 특히 성경의 희년 규정에 근거하여 토지 사유제를 반대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또한 자녀에 대한 가장의 의무가 토지가 아니라 건전한 노동윤리를 물려주는데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헨리 조지가 경제사회질서의 기본에 도덕법칙이 필수적임을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선 아무래도 대토지 소유자들의 헌금으로 유지되는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그런 물질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헨리 조지처럼 철저하게 성경적, 도덕적 관점에 충실하긴 어렵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해본다.
두 번 째로 눈에 띄는 것은 헨리 조지의 이론이 같은 사회 경제적 정의라는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는 사회주의자와의 차이점들이었다. 내 생각엔 이러한 입장 차이의 바탕에는 인간이 가진 자연권이 다른 사람에게 고용이나 임금을 요구할 권리가 아니라 창조주께서 모든 인간을 위해 마련하신 토지라는 풍성한 원천에 자신의 노동을 투입할 권리, 즉 자가노동을 할 권리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104쪽). 즉 모든 사람이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자영노동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는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두 가지 의문이 있다. 우선 헨리 조지가 활동한 미국 같은 곳에선 토지가 풍부하여 토지 독점의 문제가 해결되면 토지에 기반을 둔 자가 노동의 이상적 상태에 접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 (한국)의 경우는 어떨지였다. 또한 토지의 독점만 철폐되면 경쟁으로 인한 결과를 전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경쟁의 결과는 경쟁의 철폐라는 역설을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결과로 어느 기업(개인)이 다른 기업(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면 그 기업은 자신이 축적한 부를 이용해서 시장에서 다른 기업(개인)들에 대해서 독점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 독점력 행사가 정당한 경쟁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헨리 조지의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찾지 못했다. 아니 부의 축적에 상한을 두지 낳는다 (75쪽)는 언급은 그가 경쟁의 결과가 초래할 독점으로 인한 경쟁의 왜곡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바로 이러한 개운치 않은 점에도 불구하고 헨리 조지가 보여 준 토지사유제의 실상에 대한 통찰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성경적 경제학을 연구하려는 모든 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2012-07-23 작성자 : lupin49) 까페에서 퍼온 글.
용어에서 '하나님'을 '하느님'으로 교정 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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