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16주일, 다해 (2013년 7월 21일 농민주일)
농민주일 강론
1. 교우 여러분 한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날씨가 무더운 계절입니다. 내가 덥고 유쾌하지 못할 때는 다른 사람도 역시 무덥고 짜증스럽겠지요? 에어컨이나 선풍기만 찾지 마시고 이열치열(以熱治熱)! 무념무상으로 묵묵하게 그리고 즐거운 유머를 자주 사용하시면 한결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한국 교회가 농민주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하루 세 번 식사를 할 때마다 이 한 그릇의 음식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수고한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뜻일 것입니다.
2. 가정에서는 가장이 식사 전 기도를 꼭 바치도록 챙겨야 합니다.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우리에게 강복하소서.”
친구들과 외식을 할 때의 식사 기도를 쑥스럽게 여겨서는 안되겠습니다.
불교의 식사전 기도를 이렇게 하지요.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돌보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산위의 마을’ 공동체에서의 식사 전 기도는 이렇습니다.
"이는 나의 몸 받아 먹으라. 이는 농부의 땀, 생명의 양식!"
성체성사의 영성으로 밥상을 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성사를 모시는데,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와 죽음을 묵상하지 못한다면 주님의 현존을 영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 그릇의 밥을 대하면서 곡식과 채소를 생산하기 위해 땀 흘린 농부들의 삶과 땀과 역사를 생각하는 것, 가족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일터에서 고생하신 아버지의 노고와 눈물을 생각할 수 있을 때라야 음식이 생명의 성사가 되고 축복이 되는 것입니다.
3.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업사회였고 1950년대만 해도 국민의 70%가 농민이었는데, 70년도에는 44.7%로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농업이 겨우 6%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율은 OECD 국가에서 제일 꼴찌입니다. 중국산 덕분으로 살아가는 실정인데, 중국 농민이건 베트남 동남아나 칠레 브라질의 농부건, 어차피 누군가는 논밭에서 땀 흘리는 농업 노동을 해야만 양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농사꾼이 사라진 농지에는 재벌기업이나 지방자치 단체에 의해서 유락시설이 들어서고 방송 리포터들을 통해서 문화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처럼 도시인들을 유인합니다. 삶은 없고 이벤트만 난무하는 시대, 움직이면 돈이 들게 합니다. 우리 시대가 인간에게 주어진 창세기적인 노동과 순수의 삶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징표입니다.
4. 그런데 정작 더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농업이 줄어드는 사회에는 아주 중요한 것 하나가 아예 사라져버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인정(人情)'이라는 것입니다. 인정머리 없는 인간, 인심이 고약한 동네, 인정없는 삶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돈은 많아지고 모두 명품을 들고 승용차를 굴리고 고급 음식점에서 모임을 하고 넓은 집에서 살게 되었는데도 행복감은 줄어들기만 하고 우울증과 자살율은 늘어나기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인정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지요.
인정은 영성의 척도인데 영성이 고갈되어버렸으니 예수님 말씀대로 빵으로만 사는 삶이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윗층 아래층 사는 이웃끼리 시끄럽다고 싸우고 살인까지 하는 현실이 바로 불행한 우리 시대의 초상입니다.
5. 이제 세계의 농업은 소농의 손을 떠나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같은 거대한 국토를 가진 나라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농부가 줄어들고 없는데 수백 수천만 평의 농사를 무슨 수로 짓겠습니까? 기계로 씨를 뿌리고 제초제와 농약을 비행기로 뿌리게 되지요. 농작물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초제를 뿌리는 방법을 위해서 생겨난 것이 유전자 변형체, 바로 GMO 농산물입니다.
GMO 식품은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바다가 오염되어서 일본산 어패류를 일본 사람도 먹지 않고 러시아도 중국도 수입하지 않는다는데 우리나라는 끄떡 없이 수입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국민 보건을 챙겨야할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닌건데, 하물며 미국산 GMO 식품 수입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니까 국제사회가 우리나라를 볼 때는, 돈 좀 있다고 의시댈 뿐, 삼류도 안 되는 후진 국가라고 빈정대고 있는 겁니다.
6. 암튼 콩과 옥수수로 대표되는 이런 GMO 농산물들이 식용유가 되고 두유제품이 되고 과당, 올리고당 식품 첨가물이 되고, 맛있는 식사와 빵과 과자와 음료수 상품이 되어 우리 자녀들 몸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병이 안 나면 기적인 거지요.
아이들이나 군인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는 시골 구멍가게 진열장에 6개월을 두어도 상하지 않습니다. 어떤 책에 보면 "아이들에게 과자 한 봉지를 사주느니 담배 한 대를 피우게 하는 것이 더 낫다!" 고 합니다.
이런 죽음의 음식을 입에 달고 사는 젊은이들에게 아이 못 갖는 불임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태어난 아이들은 아토피와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자폐와 유전자 결핍, 틱장애, 조기생리 현상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아동이 있는 부모들에게서 발암율이 당연히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섭생의 문제인 거죠.
7. 섭생의 문제뿐이 아닙니다. 직장생활 이란 것이 어떻습니까? 성과를 내면 보상이 주어지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성과주의 시대라고 하지요. 옛날에는 잔업이나 야근을 서로 안할려고 투쟁하고 파업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서로가 잔업하고 특근을 하려고 합니다. 휴가도 안가려 하지요. 일 더하고 돈 더 받는 것이 좋다는 거죠.
죽어라고 노력한다고 성과가 좋은가요? 기회가 공평하지 않는데요. 가정의 지출은 한없이 늘어나기만 해요. 4인 가족의 스마드폰 인터넷 등 비용만도 월 25만원 이상, 한달 수입의 10/1 조를 통신비로 봉헌하는 겁니다. 승용차 한 대 지출 130만원, 외식비, 놀러 다니는 문화생활비, 새로 나온 가전제품, 건강식품... 수입은 뻔한데 지출은 밑 빠진 독이고. 온 가족이 알바를 해야하겠지요?
피로가 누적되고 과로에 지쳐갑니다. 아이들 커가는 것 보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압박감에 시달리며 대안의 길은 보이지 않고 집단 우울증 현상이 만연하고 자살율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 착취의 시대', '자발적 노예화의 시대'입니다. 이제 자신을 해방시켜야 합니다. 대안이 있나요? 허풍에 뇌동하지 않고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8. "주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부자 청년의 물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고, 너는 나를 따라오너라!"
교우 여러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질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작은 삶, 조화로운 노동의 삶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젊은이들의 귀농 귀촌 현상이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슬기로운 선택이고 좋은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부터 우리가 할 수 있고 실천 가능한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9. 첫째는 창조의 생태 영성으로 우선 도시 농부가 되어 봅시다. 인간은 본성이 흙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콘크리트 생활은 흙과 단절되어 살아가게 합니다. 우선 흙과 가까워져야 합니다. 베란다나 옥상이나 집안의 빈 공간에 스티로폼 박스 몇 개라도 놓고 직접 야채를 재배해서 먹는 일은 오늘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 둘째는 건강을 위한 섭생에 대하여 책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가족들의 식탁을 챙기도록 합시다. 마트에서 파는 식료품, 음식점에서 파는 것이라고 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건강한 먹거리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GMO 농산물로 된 식료품을 피하고 일단, 식용유와 전자렌지는 사용하지 않은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1. 셋째는 귀농 귀촌에 관심을 가져 보십시요. 평소에 농촌, 산촌, 어촌의 생활에 연대해서 한 달에 한 두 번이라도 찾아다니면서 흙냄새를 맡도록 합니다.
러시아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대부분 죄가 되는 나쁜 삶은 도시에서 일어나고, 인정과 사람답게 사는 좋은 삶은 시골에서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시골 생활은 불편하지만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길이 생길 것입니다.
12. 충청북도 단양에 사도행전 공동체의 삶을 살고자 하는 신앙인 공동체 [산위의 마을]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교구 신부님 한 명이 수녀님과 30여명의 가정, 독신자 가족들과 함께 유기 농업과 자녀교육을 함께 하면서 삽니다. 7박8일의 체험생활(단기입촌)도 있고 방문도 할 수 있으니까 한번 찾아가서 노동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입촌할 수 있는지 상담도 하면, 공동체 생활과 귀농귀촌 생활 계획에 도움을 받을 것 입니다.
주님 안에 평화로운 날 되소서. 아멘.
(2013. 7. 21 농민주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