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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방식의 발전은 타당한가?
이동훈 신부(제천 남천동 주임)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은 석탄(41%), 원자력(31.4%), LNG(21.8%), 유류(3.2%), 신재생(1.3%), 양수(0.5%)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4년까지 석탄, 석유 등의 발전량을 축소시키고 원자력 발전량의 비중을 48%까지 높이는 전력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지 원자력발전소 14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전력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므로 발전소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원자력 위주의 발전정책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식일까?
정부는 원자력발전이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도, 향후 원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장소도 모두가 시골 변두리 지역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소인데 왜 전력 사용이 많은 서울, 수도권이 아닌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전기를 만들어 먼 거리로 이동을 하는가? 원거리 수송으로 인한 전력의 누수는 물론 송전탑 건설로 인한 엄청난 산림의 파괴를 감수해가면서 말이다.
그것은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반증이 아닌가? 실제로 1986년부터 원자력발전을 해온 영광지역의 발전소 주민들의 갑상선암 발생비율은 31. 2명으로 전국 평균 9.7명(10만명 기준. 전남대 의대 2003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온실가스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의 채광, 재련, 운반, 농축 등의 과정에서 많은 양의 화석에너지를 사용 한다. 또한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온배수는 바닷물의 온도를 증가시켜 해양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황폐화 시킨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방사능의 위협이다. 원자력발전은 발전과정과 이후 폐기물에서 치명적인 방사능을 방출한다. 더구나 방사능은 소리도, 냄새도, 색깔도, 형태도, 맛도, 감촉도 없기 때문에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은 피할 도리도 없다.
더 무서운 것은 핵연료가 지닌 방사능의 독소가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수 십 만년 걸린다는 사실이다. 현제 세계 어느 나라도 핵폐기물을 영구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나라는 없다.
정부와 핵산업계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님비(NIMBY) 현상을 무마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유치 지역에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한다. 쇠락해가는 소도시의 지차체장이나 주민들은 발전소를 유치하면 지역의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간 동안은 건설 인부들로 인하여 상경기가 일시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지역경기가 살아나는 것일까?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vin Harris)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현대인의 잘못된 경제개념을 지적한다.
“오진으로 엉뚱한 장기를 제거하여 그 환자가 죽었을 때, 담당 의사의 수수료는 의료직 분야의 생산량에 보태지고 장례비는 장의사와 무덤 파는 인부의 생산량에 포함된다.”
실수로 사람이 죽었는데 경제 지표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지역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높고, 생태계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역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실제로 현재 발전소가 운영 중인 지역의 상황은 그 실상이 어떠한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석유의 고갈로 원자력 발전이 그나마 대안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세계 우라늄의 매장량은 향후 50년 정도면 바닥이 날 전망이다. 한정된 자원은 갈수록 단가가 올라갈 것이며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경제성에서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은 전력을 이용하는 이들과 발전소로 인해 피해를 입는 주민들 간의 편익과 손해가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심각한 환경부정의를 초래한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이 30-40년인데, 한 세대가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수십만 년 후의 미래세대에게까지 위험천만한 핵폐기물을 안겨준다.
이는 미래세대가 누려야할 안전한 삶을 빼앗음으로서 세대 간의 정의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그로서 하느님께서 노아를 통해 약속하신 자손 대대로 땅을 차지하며 살게 하신 구원 계획을 방해한다(창 17,7; 28,4.13 참조).
원자력발전의 원리가 핵분열이듯이, 그것의 결과는 창조질서를 파괴하여 하느님과 인간을 분열시켜 놓는 죄를 짓게 하여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방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악마(Dia-bolus:분열)의 속성이다.
그렇다면 전기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1986년 4월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의 폭발로 인하여 340만 명이 방사능에 심각하게 노출되었다. 이중 120만 명이 어린이들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15주기(2001년)를 맞이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평화로운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였다.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두려움 없이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미래를 안겨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인간과 자연의 필요를 존중하면서 과학, 기술의 노력을 통해 평화에 봉사하는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인류 전체의 미래는 이것에 달려있다.”
실제로 바티칸은 2008년 바오로 6세 강당 지붕에 2,700개 태양 전지판을 설치하여 강당의 모든 전력을 태양열로 공급하기 시작하였으며, 2009년 부터에는 바티칸에 바티칸 전체가 사용하고도 남을 100MW급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였다.
바티칸은 우리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에너지가 아닌, 하느님이 주신 안전한 에너지로 돌아가야 하며, 그것이 가능한 구상임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티칸을 선두로 하여 전 세계 가톨릭 건물들이 태양열로 모든 전력을 수급하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는 종교임을 대내외적으로 표방하는 것이며, 가톨릭교회가 영혼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구하는 것으로 그 사명을 확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표지가 될 것이다.
이동훈 신부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장·남천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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