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공동체에는 깨어있는 지킴이가 필요합니다.
여러 사람과 무리지어 있는 시간에는 홀로 묵상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의식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고, 반대로 홀로 묵상하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다른 가족들과 의견을 나누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공동체에서 행사를 열고 진행할 때에 각자 필요한 역할을 맡는 일이나 혹은 마을을 떠나 단체 외출을 하는 날에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공동생활의 특별한 기쁨이고 축복입니다. 그런데 마을 일과가 아닌 특별한 날에도 반드시 챙겨야 할 마을 일을 주목하는 누군가는 꼭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특별한 날의 분위기에 휩쓸려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탈과 과잉행동이나 사고의 우려에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이 성숙한 공동체 모습입니다. *
22. 농부와 노동자의 수고를 관상하십시오.
우리 산위의 마을 가족들의 직업은 농부입니다. 노동이란 건강한 삶에 피할 수 없는 조건이며, 노동은 신성하고 고귀한 인간 복지의 참된 기초입니다. 노동자들로 인하여 세계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으며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이 가능합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 교육, 예술, 금융, 기술발명 모든 분야에 필요한 전문가들이 있지만 먹을 것을 생산하는 농부의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자는 고상한 인격체로 존경받아야 마땅하며 농부의 땀방울은 보석처럼 사랑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밥상을 대할 때나, 어떤 물건을 사용할 때 이는 어느 농부와 노동자의 수고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늘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끔은 밥상을 대하면서 땀흘리고 있는 농부의 모습을 관상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
23. 식탁의 윗자리에 앉을 자격
신분이나 재산으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고 존경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의 일과 세상과의 관계를 보고 평가해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놀고 사는 부자나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는 사람들은 존경합니다. 반면에 모든 사람을 위해 극히 유익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무시합니다.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열심히 노동한 후의 식사야말로 참으로 귀한 것입니다. 부지런히 일하여 손에 굳은살이 박인 사람은 식탁의 윗자리에 앉아서 따뜻한 밥을 먼저 먹을 자격이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 가정의 가족들을 무시하고 박대하는 것은 죄입니다. 편견에 사로잡힌 그는 분명 사람의 사랑이나 신뢰를 받아 본적이 없었던 사람일 것입니다. 사람을 편견으로 차별하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되며, 참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24. 노동으로 빵을 구하십시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동은 필수 불가결한 생활입니다. 노동이 육신 건강의 요소이듯이, 영혼의 건강을 돕는 것은 정성과 마음을 다하는 성실성이라고 보겠습니다. “땀을 흘려야 먹고 살리라!.” 하고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명하셨듯이창 3.17 정당한 노동으로 하루의 빵을 구하도록 합시다.￡
내 가족이 먹을 양식을 얻기 위해 일할 때에 나의 노동은 내 자녀들의 양식이고 몸이 되고 성사가 됩니다. “이는 내 몸이다. 받아먹어라!” 누군가의 노동과 희생이 나를 살리는 양식이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었음을 신앙으로 믿는 것이 성사입니다. 성사는 단순한 상징성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받아 마셔라. 너희를 위하여 흘릴 내 피다!마르 14,22~25.” 하시고는 다음날 정말로 당신을 십자가에 바치셨습니다. 그 분의 사랑이 성체성사로 우리에게 건네 오십니다. *
25. 겸손한 사람 중에 귀인이 있습니다.
모름지기 좋은 벗을 두는 것이 군자의 기쁨이고, 그런 이를 만나는 것이 행운이라 했습니다. 행운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지만 귀인을 통해 전해집니다. 귀인은 지혜를 가진 이입니다. 지혜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상에서 천상의 가치를 바라보게 합니다. 귀인은 우리와 함께 살아왔던 옛 친구의 모습으로 있기도 하며 좋은 벗이나 이웃의 모습으로 있기도 하며 어떤 인연으로 찾아오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귀인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지만 그를 맞이하려면 귀인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지혜의 눈으로 찾아야만 볼 수 있습니다. 보물 같은 귀인을 만나고 싶거든 평범하고 겸손한 사람들 사이에서 찾으십시오. 겸손한 이들에게는 그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위대함과 초월성이 있습니다. 귀인은 겸손함의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
26.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십시오.
부자가 되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재산을 늘리는 것과 자신의 욕망을 줄이는 것입니다. 돈을 버는 일은 뜻대로 안 되는 수가 많지만, 욕망을 줄이는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합니다.￡
공동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비결도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하나는 기초가 튼튼하고 규칙과 생활이 세련되고 가족들의 수행이 잘 이루어져 있는 성숙한 공동체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풋내기 공동체에 들어가 부르심에 응답하는 소명과 믿음으로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공동체와 다른 가족들의 미성숙한 모습을 내가 바꿀 수는 없지만 내 자신이 공동체 삶의 모델이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계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행복하게 사는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손에 넣는 일은 뜻대로 안될 수도 있지만, 있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합니다. *
27. 홀로 있는 시간에는 기도하십시오.
기도는 무한한 존재이신 하느님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행동을 그 분의 뜻에 따라 헤아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마음과 삶을 성찰하는 순간도 기도가 됩니다. 홀로 있는 시간에는 기도하십시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거나, 특히 흥분하고 화가 나는 순간이 닥친다면, 자신의 헝클어진 내면 상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자신에게 배려해야 합니다. 무리에서 잠시 벗어나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기도는 자신으로 하여금 ‘나는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사는가?’를 알게 합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덧붙이 건데, 내가 기도함으로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의 모든 것을 그 분께 맡길 때 기뻐하십니다.￡*
28. 괴로움은 하느님께만 보여드리십시오.
마음이 괴로울 때는 기도할 시간이 되었다는 징표입니다. 괴로운 마음의 상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면담을 청하고 계시는 순간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마음에 괴로움이 있다고 해서 아무라도 붙들고 하소연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괴로울 때는 하느님께만 말씀드릴 시간이고 그래서 침묵과 인내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하느님은 제쳐두고 여기저기 가족들에게 반감을 떠벌인다면 나의 고뇌가 다른 사람에게 옮아가서 그를 괴롭히게 됩니다. 공동체는 모두 하나의 몸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공유됩니다. 괴로움을 하느님께만 보여드리십시오. 나의 영을 정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자신의 번민과 고뇌는 인생의 좋은 해답을 얻고 자신을 인격적 영적 완성에로 이끌어 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십시오. ￡*
29. 정욕을 떨쳐내는 것은 의지와 은총입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정욕(情慾)을 떨쳐내려고 노력할수록 자신의 소망과 의지와는 달리, 정욕은 더욱 더 강고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욕이란 절대로 떨쳐낼 수 없다’ 고 단념해서는 안 됩니다. 노력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떨쳐낼 수 없다’는 점을 한 수 배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쟁기질을 잘 하는 농부나, 말을 잘 다루는 마부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단 한 번에 소나 말을 그렇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결심으로 욕정을 이겨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떨쳐내고자 노력할 때 정욕은 마침내 자신의 통제 아래로 들어오게 됩니다. ￡*
사도 성 바오로나 마르틴 루터도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문제 앞에서 고뇌하였고 마침내 ‘믿음과 은총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욕정을 떨치지 못하는 자신만을 볼 때는 비참해 집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하느님 은총의 도움을 받아 좋은 열매를 맺게 합니다. *
30. 이전보다 나아진 점을 경축합시다.
한해의 가장 큰 행복은 일 년을 마무리할 때에 자신이 연초보다 더 나아진 점을 느끼는 것입니다. 인격적이고 영적인 성장은 ‘내가 무슨 일을 해 냈느냐?’ 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전의 어느 때보다 지금이 좀 더 나아졌는가?’ 에 있습니다. 어떤 한 면에서라도 좋아지고 나아진 점이 있다면 , 내가 힘써 노력했거나 아니면 하느님의 은총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한 해를 더욱 감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원주민들은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생활에서 보다 낳아진 점이 생겼을 때 모두가 이웃을 불러 축하를 하는 풍속이 있다고 합니다. 아주 현명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나아졌다고 하는 판단은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는가? 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고집하지 않을수록 그는 그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