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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천국처럼!
우리 마을에서는 쟝 바니에의 [공동체 성장]을 공동묵상으로 삼아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톨스토이의 어록을 중심으로 한 편집본을 공동체 훈화로 묵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공동생활 수행에 필요한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단행본으로 내놓게 되었습니다.
오는 9월 첫주간에 [니콜라오와의 대화]라는 단행본 책으로 발간될 예정입니다. 발간에 전적인 도움을 주신 이용근 마르코 형제와 신미선 세실리아 이성희 바울라 자매님께 감사의 정을 드립니다.
책 내용은 홈페이지에 올리겠습니다. 갈무리해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추수감사제 때 만납시다.
-박기호 신부 올림-
[니콜라오와의 대화 발간 편저 후기]
밭에 묻힌 보물
‘러시아의 대문호’로 세계인에게 친숙했던 톨스토이의 사상은 우리시대 새로운 가치지향의 삶을 훌륭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우리 산위의 마을은 창조신학과 예수의 가르침에서 원안의 삶(原案 Original Living) 을 추구하며 제자공동체로 사는 곳이다. ‘ 산위의 마을’의 영성과 신념이 톨스토이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톨스토이 사상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중요한 것 세 가지]
톨스토이는 자신에게 세 가지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 나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스스로 대답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지금 해야 할 일’이다!”
지나가버린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유일한 존재의 순간인‘지금, 여기’에 삶의 초점을 맞추는 지혜는 톨스토이의 신학사상과 같은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아직’오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진행중이라는 의미에 방점을 찍는 것이 종말론적 구원관이다.
지금 나와 함께 대화하고 함께 밭을 매고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을 최우선 사랑하는 것이, 곧 하느님 나라를 지상에서 맛보는 삶이다.
심판의 종말, 죽은 후의 천당은 후순위로서‘지상에서 천국처럼!’사는 삶이 곧‘0 순위 하느님나라’임을 모른다면 결코 생의 의미도 미래의 천국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이 명쾌한 구원관의 정수가 우리 삶을 단순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영성과 사상]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evich Tolstoi 1828~1910)는 부호이고 백작인 톨스토이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였으나 자비로운 숙모의 보살핌에 모범적으로 성장했고 24세에 문단에 등단했던 러시아의 지식인 백작이다. 청년기 일시적 방황도 있었지만 스스로 추스르고 천부적인 문필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문호(文豪)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는 일찍이 농민 계몽에 뜻을 두고 애썼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믿음을 바탕으로 한 그의 노년은 완강한 도덕 교사로서, 그리고 삶과 영혼의 관계, 그 초월성을 들어다 본 달관자로서의 생을 낭비 없이 살아냈다.
‘ 부활’이후 러시아 정교회와의 갈등으로 파문까지 이르렀지만 그의 생애는 진정으로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한 제자의 삶이었고 죽기까지 진리를 사랑하고 따랐던 훌륭한 신앙인이고 신학자이자 위대한 교사였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작품들은 작가적 상상력의 산물만이 아니라 주변을 아우르는 자기 삶의 체험에 기초한 것이고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음도 알 수 있다. 그의 문학은 곧 그의 삶이자 갈등하는 자아였고 사상이었으며 인류에 대한 간절한 호소였다.
톨스토이의 경제사상이 헨리 조지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동시에 톨스토이의 문인적 감성과 정서의 시각에서 본다면 존·러스킨의 영향 또한 적잖이 받았을 것으로 믿고 있다. 존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은 영국의 미술가이자 문명 비평가로서 톨스토이와는 겨우 9년 터울의 동시대 인물이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라는 예술의 경제학과 동화 [황금강의 임금님] 등을 펴낸 작가이고, 인도의 간디에게도 사상적 영향을 끼친 선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톨스토이는 예수의 가르침인‘사랑’을 인간이 생을 통해 성취해야 할 최고의 목표로 삼았으며‘사랑하는 사람’을 인격의 완성자로 보았다. 톨스토이의 가르침은 완성자를 향한 수덕론(修德論)으로, 말하자면 완덕의 길의 이정표 이다.
개인의 생은 아름다운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양심과 도덕에 기초하여 살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솔선 준행(遵行)으로 살았던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도덕’이란 하느님의 법인 진리를 따르고 나와 이웃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판단을 말하는 것으로써 윤리가 포함된 개념이다. 근본적 인간 변혁을 주장하는 그의 작품과 연설과 편지들이 모두 도덕적 삶, 즉 평화주의 비폭력에 맞추어져 있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자 했다.
이런 행동주의가 곧 톨스토이 사상이 변혁에 미치는 놀라운 힘이었다. 그래서 러시아 혁명기를 맞아 사회가 소용돌이치는 속에서도 목마른 지성들이 그를 큰 스승으로 따르며 추앙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사제가 된 후 공동체에 들어오기까지 줄곧 소임으로 살아왔던 본당사목에서 강론, 강의, 혹은 훈화 중에 톨스토이의 단편 문학선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즐겨 인용했다. 민담이나 우화처럼 흥미롭고 교훈적이면서도 신학적 관점이 풍부해서 좋아했다. 90년대 말부터는 공동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어 마을 건설을 화두로 안고 세계의 여러 공동체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강제에서 자발로!]
20세기 초 세계 근대화의 전환기에 동서양에는 많은 공동체들이 나타났는데, 공동체 건설 주도자들은 한결같이 톨스토이 사상에서 영감(靈感)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그 때부터 톨스토이에 대한 문학의 독자에서 사상의 동조자로 시각 바꿈을 했었다는 생각이다.
톨스토이는‘바보 이반’‘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등 단편을 통해 노동의 의미와 가치, 욕망의 무상함을 강조하고 노동을 신성하게 여겼으며‘무소유의 공동체 정신과 토지공유화를 인류 발전의 해답으로 제시했다.
자신의 소유를 추종자들과 농민들에게 내어 놓고 공동체 삶을 추구했다. 그로 인해 동서양 각처에 많은 공동체 탄생의 모델이 되었다.
우리 시대는 소비문화의 질탕스러운 향유로 퇴행의 삶에 빠져 있다. 강요당하던 노동은 이제 자기성과에 자신이 책임지는 자기경영의 시대로 변모했다. 자발적으로 자신을 착취하는 자기 지배 체제를 맞은 것이다.
물질은 넘치고 인정은 고갈되어 극심한 우울증에 꺼져가고 있다. 자살이 많은 사회는 병든 사회로 심상치 않은 난세의 징조다.
[‘고전 다시읽기’로!]
산업화와 혁명이라는 세기적 문제와 과제들이 압축된 당대에 대안의 삶을 제시했던 톨스토이의 가르침은 치유를 갈구하는 우리 시대에 새롭게 조명 받아야 할‘밭에 묻힌 보물’이다.
가진 것을 다 팔아서라도 보물이 묻힌 밭을 사들일 지혜가 있는 젊은이라면 톨스토이 문학과 사상에 빠져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책꽂이의 먼지를 털어내고‘고전 다시읽기’열풍이 일어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질문이 크면 해답도 크다. 인생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크게 질문하고 사색하며 해답대로 살아간다면 공동체 수행에서 진보를 볼 것으로 믿는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오랜 가뭄이 지속되는 뙤약볕 아래 땀 흘리던 마을 가족들에게 뜨거운 우정을 드리며, 자료집을 책자로 펴내주신 천인결사 은인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마음에 평화가 함께 하기를...!
2012년 여름
충북 단양, 산위의 마을에서
박 기 호 신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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