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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사육신 성삼문은 형장에서 ‘수형시(受刑詩)’를 썼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란한 북소리 나의 목숨 재촉하는데, 해는 기울어지고 서풍이 부는구나, 저승에는 여인숙도 없다는데, 오늘밤은 뉘 집에서 묵어가리오.’ 특별히 눈길이 가는 구절은 3연입니다. 그는 ‘묵어갈 집’을 찾습니다. ‘정의수호(正意守護)’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갖은 고통을 겪다가 죽음을 선고 받았지만, 그 앞에서 어딘 가에 기대고 싶어 하는 ‘유한한 인간’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이점에서 저는 ‘깊은 강’의 주인공들로부터 성삼문과 같은 고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저 마다의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일본이라는 섬에서 각자의 생각대로 살아가며 ‘고해(苦海)’를 헤엄쳐왔고 마침내 인도에서 ‘묵어갈 집’을 찾습니다. 그리고 골육과 핏덩어리가 한데 어울러 흐르는 갠지스 강물에 각자 인생의 강줄기를 흘려보내며 비로소 정화와 회복을 얻습니다.
‘파도는 물 밖에서 보면 그 크기를 알 수 있지만, 물 안에 있으면 이를 알지 못 한다.’ 고 합니다. 외로움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왔던 제게, 물 밖의 성당은 저 자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정화하며 회복시켜주는 곳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과 생명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라는 저자의 뜻처럼 고통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되 그 속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갠지스 강을 찾으러 떠나는 노력을 할 때에 비로소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한한 인간인 전 여전히 고통을 피하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곤 합니다. 하지만 요동치며 울려대는 신앙의 울부짖음은 그러지 말라합니다. 이러한 충돌은 매일의 일상에서 반복됩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제게 갠지스 강이 되어주었던 성당, 그 곳에 계신 주님, 그리고 더 나아가 주님께서 지금 이 순간도 저와 함께 계심을 믿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도도히 흐르는 그 갠지스 강에 제 고통의 땀방울을 흘려보냅니다. 언젠가 그 땀방울이 모여 누군가에게도 깊은 강과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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