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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묶인 사람들 죽은 아들을 살리시다(루가 7,11~17) 하느님의 사랑의 의지가 물성으로 나타난 것이 생명이며 만물입니다. 사랑은 조건적인 교환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나를 내어주는 ‘순수 자비(大慈大悲)’ 입니다. 그래서 자비심에서 생명이 창조되고 밥이 나오고 치유가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자비심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상련(相憐)하는 마음으로 측은히 여기고 내어주는 마음이므로 惻隱之心이 곧 자비심입니다. 측은함, 또는 연민이란 영어로 compassion이라 쓰는데 라틴어 ‘cum(함께)+patior(고통을 견디다)’ ‘고통에 함께하다’ 라는 뜻에서 온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상여를 만났습니다. 외아들의 죽음으로 인해서 슬픔에 빠진 어머니를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 아들을 살려내 어머니께 돌려주셨다고 복음서가 전하고 있습니다. 세상일을 바라보건데 자기중심으로 보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유익한가? 불리한가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합니다.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가치관을 존재론적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이기심과 탐욕과 명예욕과 지배욕이 나옵니다. 타인의 처지와 마음에서 문제를 함께 바라보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면 연민과 자비심이 됩니다. 예수님의 연민에서 생명이 되살려졌듯이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하는 마음에서 생명의 힘과 상생의 태도가 나옵니다. 사랑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나 반응이 아니라 ‘공감하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타인의 기쁨과 행복에서 자신의 행복감을 누립니다. 서로 한 마음 한 몸, 존재일체의 의식을 갖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치관을 관계론적 세계관, 혹은 공동체 세계관이라고 말하겠지요. 자식을 잃고 장사를 지내러 가는 어머니의 눈물을 아는 마음, 세월호 사고로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통곡하는 부모의 마음에 공유할 때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을 창조합니다. 위로받기는 커녕 정부를 상대로 단식투쟁을 해야 하는 비정한 실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300여명의 목숨을 살리지 못한 사고의 결과에 대해 구체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이 자식 잃고 통분하는 부모의 마음에 조금만이라도 연민과 슬픔으로 공감한다면 세월호 문제는 바로 풀립니다. 모든 것을 자신들의 유익성으로 재단하여 되고 안되고 밀고 당기는 협상이란 참으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자기 자녀들이 그렇게 당하기 전에는 결코 공감할 수 없는 심성과 인간성 자체에 깊은 회의와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로 경제가 얼어붙고 민생이 안 풀린다고 우매한 국민들을 쇄뇌시킵니다. 세월호 정국에 꽉 묶인 사람들은 유가족이나 시민 단체가 아니라 통치권자와 그 권력을 젖줄로 삼는 정치인 공직자들입니다. 그들은 그 큰 사고 앞에서 지루한 사태의 비난과 질책을 유가족과 야당과 시민사회로 돌리고 있습니다. 냉혈인들! 그들 가운데도 가톨릭 신자라며 영성체를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교회법적으로 조당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죽하면 “교황님, 율리안나 좀 혼내주세요!”라고 했을까요. 내 생명이 살아있는가는 내게 연민의 정이 있는가? 내게 사랑이 있는가는 타인에 대한 자비심이 내게 있는가로 검증합니다. (2014. 9. 16) * 숲이 푸르니 나는 새가 더욱 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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