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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작성자 : 공원표야고보 조회 : 237           2022-10-02 20:44:11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고 생각하는 태도는 다음 단계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것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늦었다고 해도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게 되지만,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됩니다.

  주저앉아 있으면 때로는 그게 더 편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보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편하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인생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자칫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미리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현재를 다시 준비하거나 개선시킬 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그런 최악의 경우를 오게 해서는 안 되겠다, 지금의 최악을 최선으로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악일 때가 오히려 최고의 기회라 생각하라' 는 게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우리나라 '빵의 황제'로 불리는 김영모 제과제빵 명장은 군 복무 중에 카네기가 쓴 <걱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에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는 글을 읽고 힘을 내었는데, 그 글이 제대 후에도 힘을 내게 해 열심히 제빵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고려 때 중국에서 붓두껍에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은 최악의 경우를 미리 생각했습니다. 문익점은 목화씨 열 개 중 다섯 개는 장인 정천익에게 심게 하고, 나머지 다섯 개는 자신이 심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심은 목화씨는 다 썩어버렸습니다. 장인이 심은 목화씨도 네 개가 썩고 오직 한 개만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습니다. 그는 이 한 개의 목화씨에서 다시 백개의 목화씨를 얻었습니다. 만일 문익점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혼자 열 개를 다 심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그의 노력은 헛된 일이 되고 우리 또한 오랫동안 솜옷을 입지 못하고 혹한에 떠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를 미리 생각한다는 것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 줍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절망하는 것입니다.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희망은 바로 옆에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과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방향이 중요하지 속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잘못되었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서둘러 걸으면 라싸에 도착할 수 없다'는 티베트 속담이 있습니다. 이 또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자기만의 속도로 걸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가면 아무리 가고 싶어도 도중에 병이 나거나 주저앉게 되어 결국 라싸에 갈 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신의 거주지' 또는 '신의 땅' 이라는 뜻을 지닌 라싸는 티베트인이라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인생의 성지입니다. 티베트인들은 죽기 전에 라싸에 한 번 가보고 죽는 게 인생 최대의 소원이자 기쁨입니다.

  라싸로 가는 순례자중 한 명은 삼보일배하면서 걸어가고, 또 한 명은 몇 달간 먹을 간단한 곡물을 실은 손수레를 끌며 갑니다. 작은 널빤지를 마치 장갑인 양 두 손바닥에 대고 무릎엔 타이어 조각을 헝겊으로 친친 맨 채 삼보일보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남루한 순례자의 모습은 사뭇 경건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순례자들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한결같은 속도로 오체투지하고 일어나 세 걸음 걷고 또 일어나 오체투지를 합니다. 비록 옷은 헤지고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 피부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지만 입가엔 고요히 미소가 어렸습니다.

  '저렇게 삼보일배하지 않고 그냥 걸어가면 될 텐데, 왜 꼭 저런 고행의 방식을 택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라싸라는 성지에 대한 종교적 경외심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확했기 때문이며, 인생의 황혼기에 늙은 몸으로 너무 늦게 라싸를 찾아가지만 그래도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라싸로 가는 길은 바로 인내와 기쁨의 길일 것입니다. 아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서두른다면 그들은 라싸에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라싸의 조캉사원 부처님 앞에 엎드려 감사와 평화의 눈물을 흘리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 인생의 라싸를 향해 걸어갑니다. 길은 험하지만 길가에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그 꽃들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피어난 꽃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꽃들이 자꾸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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