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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성요아킴과 성녀 안나
"비는 땅을 적시지 않고서 하늘로 돌아가지 않는다." 속에 담겨있는 뜻과 그 뜻을 담은 말이 똑같은 참말은 절대로 헛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슨 말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돋아 자라게 하며 씨 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내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예언자 이사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이사야는 이스라엘이 남북왕국으로 나뉘어 있던 무렵, 남왕국에서 활동하던 예언자입니다.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당신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뽑으신 사람을 가리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이 망하여 수도 사마리아가 쑥밭이 되는 것을 보았던 이사야는 적군에 에워싸인 에루살렘에서 외쳤습니다. 외세를 무서워하여 다른 외세에 의지하려고 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북왕국처럼 남왕국도 멸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셔 반드시 땅을 적십니다. 비가 내려오다 말고 하늘로 돌아가는 일은 없지요. 비는 땅을 적시고 냇물이 되어 흐릅니다. 그것을 먹고 짐승들이 살고, 나무와 풀들이 살아갑니다. 그렇게 할 일을 다하고 나서 빗물은 다시 하늘로 돌아갑니다. 수증기가 되어.
하느님께서는 이사야를 통해 당신 말씀이 빗물과 같아 그 말씀의 뜻을 땅에서 이루지 않고는 당신께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일까요?
하느님의 말씀에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만 그런게 아니라 사람 말에도 뜻이 들어 있어요.
예를 들어서, 다예가 어제 말하기를 "배가 아프다"고 하면 그 말에는 약을 달라든가 아니면 일을 시키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말은 뜻을 담은 그릇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 밥그릇이 있습니다. 밥을 담은 그릇이 더 중요합니까? 아니면 그릇에 담은 밥이 더 중요합니까? 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둘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겁니다. 밥이죠? 그래요. 밥그릇 보다는 밥이 더 중요합니다. 밥때문에 그릇이 있지 그릇 때문에 밥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사람이 살아 가려면 밥을 먹어야지, 그릇을 먹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마찬가지로 말 보다는 그 말에 담겨있는 뜻이 더 중요합니다. 말 때문에 뜻이 있는게 아니라 뜻 때문에 말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은 가끔 아무 뜻도 없는 말을 할 때도 있어요. 그릇은 그릇인데 아무 것도 담지 않은 빈 그릇처럼, 속에 아무 뜻도 들어있지 않는 말을 주고 받는 거에요.
그런 말을 빈말이라고 합니다. 빈말은 세상을 시끄럽게 할 뿐, 말하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도움이 될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속으론 하나도 반갑지 않으면서 "야! 참 반갑다."고 호들갑을 떨면 그게 다 빈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그릇은 밥그릇인데 안에 떡이 들어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다른 뜻이 들어있는 말을 합니다. 그런말을 '거짓말'이라고 하지요.
사람들은 빈말도 하고 거짓말도 합니다. 그래서 속이기도 하고 속기도 합니다. 빈말이나 거짓말은 세상을 어지럽게 할 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속에 담겨 있는 뜻과 그 뜻을 담고 있는 말이 서로 다르지 않으면 그런 말을 참말이라고 합니다. 밥을 담은 밥그릇, 떡을 담은 떡그릇처럼.
빈말이나 거짓말은 그것이 드러나면 아무 쓸모없는 말이 될 뿐입니다. 그러나 참말은 속에 담겨있는 뜻을 반드시 이루겠지요.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땅을 적시고 싹이 돋아 자라게 하지 않고서는 하늘로 돌아가지 않듯이, 속에 담겨있는 뜻과 담은 말이 똑같은 '참말'은 절대로 헛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참 말씀이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돌아가실 때 "다 이루었다."고 하셧지요.
자, 이제 우리는 무슨 말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요? 아무 쓸모도 없는 빈말, 거짓말은 하지 말고 참말만 하면서 살았으면 참말로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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