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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잡초와 알곡
작성자 : 공원표야고보 조회 : 35           2022-08-06 15:30:35
잡초와 알곡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불의와 비참함을 보고 묻습니다. "전능하고 선한 하느님이 왜 이런 걸 내버려 두지? 하느님이 있다면 왜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느냔 말이야!"

  성서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날 농부가 밭에 씨를 뿌렸습니다. 그런데 나쁜 사람이 와서 알곡 사이에 잡초 씨를 뿌렸습니다. 잡초는 아주 무성하게 자랐지요. 이것을 본 일꾼이 분개해서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좋은 씨를 뿌렸잖아요. 그런데 이 잡초들은 다 어디서 온 거죠? 이렇게 내버려 두면 안 돼요!"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이건 나쁜 사람이 그런 거예요." 일꾼이 말합니다. "그럼, 가서 다 베 버릴까요?" 그러자 농부가 말했습니다. "안 돼요. 잡초를 베다가 알곡까지 벨지도 몰라요. 그냥 추수 때가지 내버려 둬요. 그런 다음 잡초를 모아서 태우고, 알곡은 내 창고에 들이자고요."

  농부는 잡초를 베지 않습니다. 그는 신중합니다. 그는 알곡에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혜롭습니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 악이 있는 원인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느님의 신중함을 이해하라고 당부합니다.

  우리 안의 잡초와 알곡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은 오염되어 있습니다.

  알곡과 쭉정이는 뿌리부터 다르지만, 얼핏 보기에 헷갈릴 정도로 닮았습니다. 누가 줄기만 보고 뿌리를 알겠습니까?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신은 우리 손에 낫을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서로 판단하도록 부름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일꾼에게 잡초를 베지 말라고 한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한답시고 함부로 낫을 휘두르면 오히려 악한 자의 뜻이 이루어지게 돕는 결과를 내고 맙니다. '자기만의 의로움'으로 가득한 분노를 끌어내 나쁜 것과 함께 좋은 것까지 파괴해 버리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악한 자의 의도입니다.

  농부는 좋은 씨를 뿌렸습니다. 들에는 알곡과 쭉정이가 모두 자랄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도 알곡과 쭉정이가 함께 자랍니다. 우리는 알곡을 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살수 있게 돕는 인간이 되도록 부름 받았다는 뜻이지요. 알곡은 사람을 살리는 존재니까요. 우리 마음에 알곡을 내는 일은 궁핍한 자를 보듬고, 약한 자를 일으켜 세우고,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며, 꺼져 가는 등불을 끄지 않고 불꽃이 다시 살아나도록 사랑으로 북돋는 것입니다.

  바이올린의 활과 진동하는 현은 기계적으로 접촉하지 않습니다. 활에 너무 많은 압력이 실리면 긁히는 음이 나고, 압력이 너무 낮으면 음이 날립니다. 활이 현에 너무 가까우면 음이 끊기고, 너무 멀면 힘을 잃습니다. 활과 현은 서로 관계 맺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하느님의 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일방적이지 않지요. 하느님과 우리는 활과 현처럼 만납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칫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 또는 우리 중 한쪽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관계라면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임재는 일방적이지 않기에, 하느님이 우리와 가까이하고자 하는 만큼 우리 역시 하느님 안에 깊숙이 머물고자 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창조한 대상을 억지로 복종시키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구하는 은혜는 찾고, 듣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임재는 고정된 것도, 우리와 무관하게 유지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 곁에, 우리의 발걸음에, 우리의 호흡 가운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상태와 무관하게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이고 의식하는 것과 하느님의 임재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과거의 하느님도 아니고, 미래의 하느님도 아닙니다. 오직 이 순간, 나와 함께 하는 하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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