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가입 | 사이트맵 | 즐겨찾기등록
산위의마을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제   목 : 무뎌진 마음
작성자 : 공원표야고보 조회 : 502           2022-08-06 15:34:06
무뎌진 마음

  나의 경험을 마음의 눈으로 보면 여러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우리가 무딘 마음으로 살면 굉장히 힘이 들고 영혼이 피곤해집니다. 낙심과 체념, 부대낌과 걱정에 시달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데다 인간관계도 어렵고 -----, 사는게 너무 힘들어!" 라는 말을 내뱉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는 일이 힘든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뎌진 것입니다. 연장이 무뎌졌는데도 날을 갈지 않으면 온 힘을 동원해 일해야 한다는 코헬렛(10,10)의 가르침처럼 마음을 방치하고 가다듬지 않았기에 힘든 것입니다.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연장이 무뎌진 탓입니다.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에 내재하는 능력입니다. 다만 그 능력을 깨닫고 꾸준히 연마함으로써 우리 안에서 그 힘이 무르익게 하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과 맞닿아 있습니다. 가슴에 사랑을 품은 사람만이 하느님의 진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랑 안에 있으면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온다."

  뭉툭한 가슴, 무딘 마음으로 살면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감을 잃게 됩니다.. 마음은 수신기관입니다. 우리는 마음에 수신된 말을 해석해 하느님의 뜻을 이 세상에 실현합니다. 그런데 무딘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수신할 수 없습니다. 무딘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옳은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정작 마음을 써야 하는 일을 등한시하고, 내버려 두어도 될 일,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수가 있습니다. 삶의 매 순간에 깃든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영적으로 깨어있지 못하며, 현재에 살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삶의 결을 거슬러 살게 됩니다. 그런 삶에는 울림이 없습니다.

  무정하고 냉혹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동안 뭉툭해지고 무뎌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실패하거나 실망도 하며,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기도 합니다. 시련과 문제에 봉착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기쁨이 되어야 할 일들이 갑자기 무거운 짐으로 다가옵니다. 작은 실망이 반복되면서 우리를 뭉툭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무뎌진다는 것은 마음의 힘이 약해진다는 뜻입니다. 소망이 흐려지고, 소명에서 멀어지며, 내적 기쁨을 잃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상대로 일하다가 무뎌지게 됩니다. 무뎌진 만큼 점점 더 힘이 듭니다. 계속 일하는데도 성취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지쳐 갑니다.

  "돌을 깨뜨리는 사람은 아플 수 있고, 나무를 쪼개는 사람은 다칠 수 있다."(코헬렛10,9)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좌절과 실망은 자국을 남깁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세상이 우리를 변하게 합니다. 결국, 무뎌지는 것은 연장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무뎌지지 않는다면 이는 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연장만이 예리한 상태로 남습니다. 우리가 무뎌졌다는 것은 소명대로 사는 일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무뎌지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무뎌진 마음을 벼리려 하지 않는 태도가 나쁩니다. 아직 괜찮다고 혼잣말을 한 뒤, 슬픔이 밀려왔던 까닭을 이제 알겠습니다.

잠시 멈추어야 할 때

  연장을 벼리려면 작업을 멈추어야 합니다. 마음을 벼리기 위해서도 하던 일을 멈추어야 합니다. 가끔은 연장의 날을 본격적으로 연마해야 할 때도 있고,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게 마련입니다. 우리 삶에 빗대면 이런 본격적인 연마는 일 년에 한 두 번 작정하고 휴식을 취하거나, 수련 또는 피정을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몇 분간 마음을 벼리는 시간을 가지면 되는 것이지요.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사랑으로 침묵해 보십시오. 잠시지만 굉장히 유익합니다. 마음을 벼리는 시간은 하느님 앞에 홀로 나아가기 위해 하던 일을 잠시 멈추는 시간입니다.

  우리에게는 묻고 구하는 마음을 지킬 책임이 있으며, 마음을 연마할 책임이 있습니다. 지혜가 우리의 마음을 연마하도록 내맡기는 것은 품위있게 자신의 상태를 책임지는 행위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음을 갈고 닦으면 깨끗해지겠지요. 침묵 속에서 우리는 마음의 귀로 듣습니다. 지혜가 우리에게 말합니다. "잠시 멈추어라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나의 친밀함을 구하여라. 네 행동이 너의 참모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 잠시 멈추어 마음을 연마하여라."

  악기의 음이 맞지 않는 데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맞지 않는 음정은 열성을 다한다고 상쇄되지 않습니다. 연주하기 전에 악기를 조율해야 합니다. 하늘은 우리가 조율되기를 원합니다. 연장이 둔탁하면 애를 쓰거나 천상의 복을 구해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일단 마음을 조율하고 벼려야 합니다.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조율하고 벼리는 것, 이것이 바로 복입니다.

   무디게 방치된 마음에는 진리가 깃들지 않습니다. 무뎌진 자신을 보면서 "야휴,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와 존엄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청결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침묵하고, 비우고, 조율하고, 지혜가 우리를 벼리도록 내맡기기, 모두 사랑으로 침묵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위입니다.
No | 제목 | 첨부 | 작성자 | 조회 | 등록일
812 이별 (0)   공원표야고보 69 2022-09-07
811 연중 제15주일 (0)   공원표야고보 57 2022-09-03
810 연중 제16주일 (0)   공원표야고보 50 2022-09-03
809 우리 삶에 미치는 두려움의 작용 (0)   공원표야고보 57 2022-09-03
808 삶이란 (0)   공원표야고보 44 2022-09-03
807 저희의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 주십시오 (0)   공원표야고보 27 2022-09-03
806 7월 25일 성모님 메시지 (0)   공원표야고보 29 2022-09-03
805 연중 제18주일 (0)   공원표야고보 25 2022-09-03
804 우리 살아가는 길에서 늘 확인해야 할 것 (0)   공원표야고보 23 2022-09-03
803 기울어진 세상에 선포한 하느님 나라 (0)   공원표야고보 26 2022-09-03
802 연중 제19주일 (0)   공원표야고보 25 2022-09-03
801 십자가의 성녀 베네딕타 동정 순교자 (0)   공원표야고보 26 2022-09-03
800 모든 벽은 문이다 (0)   공원표야고보 24 2022-09-03
799 8월 14일 연중 제20주일 (0)   공원표야고보 31 2022-09-03
798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 (0)   공원표야고보 24 2022-09-03